지난 3일(금)까지 2주간 학내 다회용컵 대여 및 반납 캠페인 ‘보틀그라운드’가 진행됐다. 해당 캠페인은 서울대 디자인과 및 환경대학원 구성원이 기업과 협업해 진행한 것으로, 교내 느티나무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학생에게 다회용컵을 대여해 주는 방식이었다. 해당 기간 총 990개의 다회용컵이 반납되는 등 이번 캠페인은 구성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대 내 쓰레기 없는 캠퍼스,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노력은 그간 꾸준히 있었다. 지난 학기 교내 에너지환경 동아리 ‘방과후 그린 사업’(방그사)에서 텀블러 순환 사업을 진행한 적도 있었고, 지난해 가을 축제와 올해 봄 축제의 먹거리 부스에서는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주도로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이 운영되기도 했다. 이렇게 뜻 맞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제로웨이스트 캠퍼스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위 사례와 같은 제로웨이스트 노력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제도화돼 장기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학 본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회용컵 시스템을 예로 들자면, 본부는 관련 시스템에 예산을 투입하거나 학내 다양한 카페 등 외부 업체와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제로웨이스트 캠퍼스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실제로 보틀그라운드 캠페인 주최 측은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을 본부에 제안해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본부는 구성원의 높아진 제로웨이스트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본부에는 학내 환경 문제를 전담하는 일원화된 조직이 없다. 일차적으로 학내 폐기물을 관리하는 곳은 시설관리국인데, 시설관리국은 주로 각종 시설 공사와 보수를 담당하고 있어 환경 문제를 전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심지어 환경 문제를 비롯해 교내 ESG 분야를 담당하는 직원은 시설관리국이 아닌 기획과 소속 직원 단 한 명뿐이다. 이처럼 환경 의제를 전담할 행정력이 부족하기에 본부는 분산된 집행력을 모아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다회용컵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의 참여도 중요하다. 일회용품이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인 학내 카페의 운영 주체가 생협이기 때문이다. 생협은 ‘녹색 대학의 주체, 생협 만들기’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로 환경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대 생협 등에서는 이미 시대적 수요를 반영해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을 상설화시킨 전례도 있는 만큼, 우리 생협도 두 팔 걷고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설 때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내 구성원들 개개인의 참여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은 제로웨이스트 캠퍼스가 문화적·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서만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캠퍼스를 향한 유의미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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