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양안관계의 긴장감 속에서 대만 총통 선거를 관찰하다

대만 16대 총통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에는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중국국민당(국민당)의 허우여우이, 대만민중당(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출마한다. 당초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까지 총 네 후보가 대권을 두고 겨룰 것으로 예상됐으나 궈타이밍 후보는 끝내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가 나날이 악화되는 가운데, 대만의 이번 총통 선거는 양안통일과 대만 독립이라는 전통적 의제 간 대립 이상으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양안관계를 중심으로 대만의 선거를 이해해 보자.

 

통일이냐 독립이냐? ‘둘 다 아냐’

양안 관계를 바라보는 대만의 여론은 대만인으로서 정체성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기존의 인식은 대만 본토 출신의 ‘본성인’과 중국 대륙 출신의 ‘외성인’이 각각 독립과 통일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만의 중론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통일도 독립도 추구하지 않으며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대학신문』 2023년 5월 7일 자) 강준영 교수(한국외대 중국어통번역학과)는 “대만의 독자성을 강조하든 중국과의 동질성을 강조하든, 국민의 약 70%는 현상 유지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세대를 거치며 전 국민의 통일의식은 약해지고,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졌으나 부강해진 중국을 상대로 독립을 추구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대만의 독립 지향을 어렵게 만든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손기영 부원장은 “대만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42%에 달한다”라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만의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민진당의 위기, 혼란의 야권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내거는 민진당은 위기를 맞게 됐다. 독립을 추구하겠다는 주장으로 더는 민심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민진당의 이런 위기는 지난 15대 총통 선거를 앞둔 상황에도 감지됐다. 이현태 교수(인천대 중어중국학과)는 “2020년 1월 15대 총통 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상반기 지지율은 20% 정도로 낮았다”라며 “대만에 홍콩 민주화 운동이 보도되면서 차이잉원이 가까스로 당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정세가 민진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민진당이 여론 반전의 계기를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장영희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국의 침공에 대한 대만인의 불안을 키웠다”라며 “민진당이 독립 의식을 강하게 표출할수록 표를 받기 힘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라이칭더(賴清德)는 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하는 민진당의 후보임에도 양안관계에서 현상 유지를 주창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라이칭더 후보는 지난 1년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 36%의 지지율로 안정적인 선두를 유지해 왔다. 장영희 연구위원은 “라이칭더는 이전까지 강하게 대만의 독립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현재 공식적으로는 현상 유지를 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현 부총통 자리에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라는 점과 청렴하다는 평가도 그의 지지세를 이끌었다. 장영희 연구위원은 “라이칭더가 아니었다면 평화를 갈망하는 민심 속에서 민진당이 지금만큼 지지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역시 현상 유지를 바라는 야권에서는 두 후보가 출마해 고전 중이다. 허우여우이(侯友宜) 후보와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각각 2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3위를 오가고 있다. 국민당의 허우여우이 후보는 대만의 현상 유지를 추구하면서 ‘하나의 중국’에는 반대한다. 다만 대만의 독립에도 찬성하지 않기에 중국과 평화 외교로 양안관계를 안정시키리라고 기대받는다. 커원저 후보는 본래 민진당 출신이었으나, 2019년 8월 민중당을 새로이 창당해 아직 정치 기반이 약하다. 제3지대를 향한 요구를 등에 업은 그는 대만의 체제 유지를 전제로 양안관계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묘연해진 선거 향방

분산됐던 야권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어 선거의 주요 변수였던 국민당과 민중당의 단일화가 무산되며 선거의 향방은 미궁에 빠졌다. 고려대 정치연구소 지은주 연구교수는 "커원저는 민중당 후보이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국민당보다는 민진당과 가까웠다"라며 “국민당의 정치 기반도 민중당보다 견고해서 총통 승리만을 목적으로 연합하기는 어려웠다”라고 단일화 실패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무소속 궈타이밍(郭台銘) 후보도 불출마를 선언하며 총통 선거는 더욱 복잡한 상황에 이르렀다. 궈타이밍 후보는 무소속으로 사실상 정치 기반이 전무해 당선 확률은 희박했다. 하지만 폭스콘을 창업한 감각으로 대만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지지를 모았고, 여론조사에서 10% 정도의 지지율로 선방해 왔다. 이런 그의 행보는 선거 판도를 바꿀 주요 요인으로 꼽혔으나, 그는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금) 불출마를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불출마로 중국의 견제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은 친미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교체되기를 원하는데, 야권에서만 세 후보가 난립하면 표가 분산된다. 이왕휘 교수(아주대 정치외교학과)는 “최근 중국에서 폭스콘을 상대로 세무·토지 조사를 했는데, 야권의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궈타이밍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만 총통 선거 결과는 양안관계뿐 아니라 그에 엮인 미·중의 대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가올 선거의 당락은 어떤 후보가 자신만의 정책과 가치관으로 경직된 양안관계를 풀어나갈지에 달려 있다. 선거가 50일 남짓 남은 지금, 대만의 정치 흐름을 눈여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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