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공모전 최우수 수상자 | 한서연 씨(지리교육과·18)

오랫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부담됐던 지출이 식비였습니다. 집을 나서면 기본적으로 점심,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면 저녁 식사까지 밖에서 사 먹어야 했기 때문에 예전에 가계부를 쓸 때 매월 지출 1위는 거의 식비였습니다. 특히 서울의 외식비는 기본이 만 원 이상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제게는 많은 부담이 됐습니다.

이런 저에게 천원 학식은 1학년 때부터 고마운 존재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고, 메뉴를 고를 때 많이 고민하며, 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제게 천원 학식은 최고의 선택지였습니다. 1, 2학년 때 점심을 같이 먹는 친구도 천원 학식을 애용했기에 거의 매일 점심은 천원 학식을 먹었습니다. 식비에 부담이 없는 것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단백질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느낌도 종종 들었습니다. 물론 단가가 높은 고기 대신 두부로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조리사님의 노력은 느낄 수 있었지만, 매끼를 천원 학식으로 먹기에는 영양의 균형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마움과 아쉬움을 가지며 1, 2학년을 천원 학식과 함께 보내고, 3학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고, 이후 개인적인 공부 때문에 2년을 휴학하면서 거의 3년 6개월 동안 학교에서 식사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휴학을 마치고 2023년 2학기에 복학했을 때, 이전에 같이 식사했던 친구는 점심시간이 맞지 않아 주로 혼자 식사하면서 거의 매번 천원 학식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천원 학식을 먹을 때는 이전에 느낀 아쉬움이 조금 해소된 듯했습니다. 반찬에 고기나 해물이 많이 나왔고, 국이 주메뉴로 나왔어도 그에 못지않게 맛있는 반찬이 나왔습니다. 이런 변화가 시기상 ‘천원의 식샤’ 시행 이후에 이뤄진 것 같아서 천원 학식을 먹을 때 기부한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면서 식사했습니다.

서울대 학생으로서 천원 학식을 비롯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매번 도움을 받는 처지에서 주로 지내왔는데, 고학번이 되고 나니 왠지 후배들에게 뭐라도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조별 과제를 할 때, 같이 준비한 학우들에게 소소한 간식을 나눠줬습니다. 간식을 받은 학우들이 고맙다고 인사해주고,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는 걸 보면서 왠지 귀여우면서 뿌듯하고 제가 더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제 주변뿐만 아니라 조금 더 넓게 나누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 방학 때 감사하게도 영국 여행을 가게 됐는데,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가면서 착륙 직전에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외면하고 지나갔을 텐데 마침 한국에서 챙겨온 외국 동전들이 있었고, 적은 돈이지만 제가 쓰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다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부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작은 것부터 나의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눠주는 것이 얼마나 보람찬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제가 평소 크게 도움을 받은 천원 학식에 기부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학부생이라 변변한 수입은 없지만, 선배로서, 많은 도움을 받는 서울대생으로서, 작은 나눔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으로서 기부를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서울대학교 신문에서 ‘천원의 식샤’ 홍보 지면을 봤을 때, 학생회관에 키오스크가 있어 쉽게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저녁을 먹게 됐을 때, 식사 메뉴 전시장 옆에 있는 키오스크를 먼저 들렀습니다. 화면을 선택하니, 천 원부터 5천 원, 만 원 등 작은 단위부터 큰 액수까지 있는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소소하게 5천 원을 기부했는데, 키오스크로 기부하니 일반 물건을 결제하는 것처럼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렇게 간편하게 기부하고 맛있는 천원 학식을 먹었습니다.

기부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왠지 어제 점심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같이 점심을 먹었던 친구가 학기 말이 되니 점심시간이 맞는 날이 생겨서 기부 전날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천원 학식을 먹었을 텐데,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좀 더 맛있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하연 식당에서 5천 원짜리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친구랑 같이 맛있게 식사했는데, 오늘 기부하면서 5천 원 식사 대신 천원 학식을 먹으면서 나머지 금액을 기부하면 4명의 학우에게 식사를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맛있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도 좋지만, 내가 먹고 싶은 걸 조금 내려놓고, 나의 식사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더 뿌듯하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 천원 학식도 맛있어져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도 즐겁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지만요.) 그리고 제가 기부한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그것이 가져올 효과를 생각할 때, 기부금 액수 이상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나눔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나눔은 금액에 상관없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삽화: 여민영 기자 

snumy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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