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장현주 기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방학 동안 준비했던 공간 효율성 기사는 반쪽 기사가 됐다. 애초에 목표했던 결과를 도출하지도 못했고 여러 사정으로 두 면 기획에서 한 면 기획으로 면수마저 반쪽으로 축소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조만간 퇴임을 앞두고 있는 말년 기자의 입장에서 이에 대한 구차한 변명의 기회를 가져보려 한다.

공간 효율성 기사는 공간에 관련한 다른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소재를 떠올릴 수 있었다. 너도나도 공간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과연 국내에서 손꼽히게 넓은 캠퍼스를 가지고도 모두가 공간이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기사는 출발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학내 캠퍼스 공간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견을 다수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몇 사례 혹은 심증적으로 문제를 제시할 뿐 이를 일정한 수치를 활용해 설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공간의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채 취재를 시작했다.

이후 RFID를 통한 활용성 측정에 대해 현실적인 경제성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고, 학내 전력량 측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점에서 착안해 전문가를 찾아가 학내 와이파이를 통한 효율성 측정의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RFID 방식은 얻는 정보에 비해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으며 학내 와이파이 방식은 도출한 결과에 많은 제한조건이 따랐다. 개인정보 보안문제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 결국반박 불가능한 수치로 독자를 설득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 기자가 새로운 문제의식을 발굴하더라도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지 못해 기사가 엎어지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특히 학내 사안 기사는 그 빈도가 더욱 높다. 학내 사안은 대부분의 취재원이 학내 구성원인 경우가 많고 예산과 같은 학교가 처한 현실적인 한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했던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학내 사안을 다루는 대부분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여기는 문제의식, 사례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문제점, 해당 사안에 전문성을 가진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취재한 대안의 천편일률적인 구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개인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소재를 기사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진 소재, 많은 학생들에게 공론화가 필요한 소재가 있었음에도 현실적인 대안의 부재나 기존의 기사 구성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했기 때문이다. 만약 마지막까지 참신한 대안이나 구성을 찾지 못했더라도 문제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재에 대해 기사를 작성했다면, 결점 없는 무난한 기사보다 가치 있는 반쪽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온 명언이다. 그러나 이번 공간 기사에서는 완전한 기사를 작성하지 못해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히고 기사를 완성했다. 그러나 아직 『대학신문』에는 여전히 훌륭한 후배 기자들이 많다. 앞으로 더욱 참신한 실패로 독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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