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악몽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의 악몽은 현재진행형입니다”
  • 권우용 기자
  • 승인 2017.04.16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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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옥시불매캠페인 현장에서

지난 13일(목) 옥시불매캠페인 ‘옥시아웃7’이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가해 기업과 정부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위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가피모) 대표 강찬호 씨(강)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최)과 대화를 나눴다.

옥시불매캠페인에서 가피모 대표 강찬호 씨는 “6년이 지났는데 아직 피해 판정 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힘겹게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캠페인을 하시는 주목적이 무엇인가요?

강: 작년에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옥시 불매 운동에 많이 동참해주셨어요. 그런데 작년 하반기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면서 언론에서 이 사건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박근혜가 구속·탄핵되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까 옥시 불매를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이런 사건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사회에 소비자의 권리와 생명을 환기하자는 마음에서 목소리를 내게 됐어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최: 현재 피해 신고 횟수가 언론 보도 횟수에 비례해 줄어들고 있어요. 모든 신문에서 이 사건을 조명하던 작년 5~6월에는 피해 신고 건수가 1,000명이 넘었어요. 언론 보도가 줄어드니까 피해 신고도 뚝 떨어지고 있고, 지난달에는 피해 신고가 100명이 채 안 됐어요. 많은 사람이 언론 보도로 피해 신고도 하고 사건 진상 규명에 다가갈 수 있으니까, 이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언론 보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정부와 기업이 일관되게 책임 회피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비판해오셨습니다.

최: 정부는 최소한의 것만 해요. 2011년 이후 일관되게 마지못해 하는 자세를 보여왔어요. 작년 국정조사에서 조사단이 방문조사까지 해서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국가적 재난에 의한 환경피해자이자 희생자라는 시각이 없어요. 그런 식으론 사건 해결이나 재발 방지가 안 되니 아쉬움이 큽니다.

강: 기업이 알아서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피해 대책과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어요. 영국 본사도 한국 지사가 알아서 하라고 선을 그어버려요. 기업은 처벌조차 받지 않고요.

 

▶피해자분들이 제대로 구제받고 있나요?

최: 정부에선 피해자를 관련성 확실-높음-낮음-없음 네 단계로 나눴어요. 낮음-없음 단계에 해당하는 분들이 피해자가 아닌 것이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구상권으로 피해자를 보상하고 있는 환경부는 차후에 제조사로부터 금액을 돌려받기 쉬운 확실-높음 단계의 피해자에 한해서만 적은 액수를 보상하고 있어요. 이것 때문에 폐 질환이 아니어서 낮음-없음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은 천식, 비염, 피부염 같은 비특이적 질환을 호소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돼버렸어요. 의학계에선 살균제가 천식을 유발하는 병리학적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바로 그런 현대 의학의 한계를 피해자들이 뒤집어쓰게 됐어요.

 

▶서울대 조명행 교수 옥시 보고서 조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 작년에 그것으로 서울대 항의 방문도 갔었어요. 서울대에서 윤리위원회 열고 대충 무마할까봐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거든요. 우리 사회 지식인과 전문가가 갖는 도덕적 책임이 있는데, 보고서 조작은 매우 유감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실제로 래킷벤키저 본사가 있는 영국의 검찰에도 이 내용을 고발했어요. 선진국에서는 공무원한테 뇌물을 주냐 아니냐를 굉장히 엄격하게 봅니다.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 많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는 거죠.

최: 서울대 보건대 교수님들이 사건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어요. 정부가 역학조사를 안 할 때 환경보건학회 주요 임원이셨던 그분들이 자비로 조사를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같은 서울대의 다른 교수는 기업 편에서 돈을 받고 데이터 조작에 가담해 감옥에 가 있어요. 이번 사건이 서울대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 둘 다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여러 이슈 중 하나라는 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학생과 교수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대선을 앞두고 어떤 기대를 하시나요?

강: 이번 대선 국면만큼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를 새롭게 정리할 좋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 한 명 뽑았다고 되는 일이 아니죠. 후보들이 정책과 공약을 통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하는 틀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정부가 일하게끔 시민과 사회단체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모르지만, 야당이 작년 국정조사 위원회를 주도한 점에 기대를 걸어요. 그런데 기대로 끝나면 안 되죠. 작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내 가습기살균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나름 활동했는데, 국정조사가 끝난 지금은 활동을 안 해요. 그래서 당내 가습기살균제 특별위원회를 다시 설치하라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검찰에 특별수사본부도 재설치해야 하고, 전 국민 대상 대규모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해요. 정부는 지금도 영업 중인 옥시를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가습기살균제와 유사한 스프레이 제품 판매 허가제도 당장 도입해야 합니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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