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본 인터뷰 | 제62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퍼즐」을 만나다

총학생회(총학)가 부재한 학생사회가 오랫동안 지속된 만큼, 이번 제62대 총학 선거에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선본) 「퍼즐」의 행보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총학 대신 ‘연석회의’라는 이름에 익숙해진 채로 살아온 지금, 과연 총학이 우리 학생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신문』에서 선본 「퍼즐」의 김서정 정후보(기악과·17)와 이민성 부후보(자유전공학부·19)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신문』에서 인터뷰 중인 선본 「퍼즐」의 김서정 정후보(기악과·17)와 이민성 부후보(자유전공학부·19)
『대학신문』에서 인터뷰 중인 선본 「퍼즐」의 김서정 정후보(기악과·17)와 이민성 부후보(자유전공학부·19)

Q. 총학의 부재가 약 1년 4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학생사회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정후보: 음대 학생회장과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을 하면서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스피드’와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을 잡기 위해서는 총학이 장기적으로 체계를 마련해 사안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대면 상황에 대응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집행하면서 총학이 학생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정했다. 

부후보: ‘학생사회의 어려움’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오히려 학생사회가 필요하고 유의미하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비대면 상황에 대응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날을 준비하며 소통하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이 총학이 존재함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총학이 필요하구나’ ‘총학이 우리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구나’와 같은 믿음을 주고 싶어 출마했다.

 

Q. 기조문과 공약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소통을 핵심 가치로 선정한 이유는?

정후보: 그동안 총학이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당사자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소통’이 부각된 것 같다. 단순히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담론으로 발전시키고 논의의 장을 열어 모두의 총학생회가 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퍼즐」의 목표다.

 

Q.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의 경우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어려움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정후보: 충분히 대립이 발생할 수 있기에 총학이 있어야 한다. 총학이 소통을 중재하면서 논의의 장을 형성하고, 모두의 이해관계가 개인을 넘어 서울대 학생 전체라는 큰 틀의 이해관계에 있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성숙한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다. 또한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나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쪽의 이해관계가 묵살당하지 않도록 한 사안 내에서도 여러 층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Q. 이전 선본들이 도의적인 문제로 사퇴하면서 총학이 구성원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해졌다.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정후보: 총운영위원회 안건을 사전 공고하고, 교육개선협의회를 지속적인 논의의 장으로 만드는 일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 나온 협의의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총학 홈페이지 내부에 청원 게시판을 신설해서 우리의 활동을 피드백 받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덧붙여 활동에 미숙한 점이 있다면 사과하고 바로 시정하는 솔직한 태도를 가진 총학이 되고자 한다.


Q. 후보자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약 몇 가지를 꼽자면?

부후보: 첫째로 어도비 소프트웨어 라이센스가 있다. 지난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학생이 학업과 자기계발을 위해 어도비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어도비 서비스는 가격 부담이 커 개인의 비용으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를 추진하는 것이 학생들의 의견이 생활과 의사결정에 반영된다는 걸 보여줄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서울대 위키’가 있다. 아직 학교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고, 학교생활을 이미 경험해서 이 정보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선배들도 많을 것이다. 서울대 위키가 서울대의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정후보: ‘0학점 수강제도’를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졸업 조건을 채운 후에도 추가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라는 졸업유예제도가 있긴 하지만, 사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제도는 0학점 수강학기라고 본다. 졸업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0학점 수강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또 성적이의제기 기간 보장 및 성적평가기준 투명화도 강하게 밀고 싶다. 작년은 비대면 수업이 많다 보니 이의제기가 어려워져서 해당 공약의 필요성이 생겼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배리어프리 전수조사다. 일례로 학내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폐쇄된 출입구가 많지만, 여기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많이 없다. 장애학생인권TF 공약과 연계해서 많은 집행력이 필요한 전수조사를 하고 장애학생 간담회를 통해 다른 캠퍼스까지 확대해서 체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Q. 학내 인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학내 인권 제고를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정후보: 인권헌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간담회도 열린 만큼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인권헌장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결국은 합의가 있어야 훨씬 많은 논의의 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인권헌장 제정에 힘을 쏟고 싶다. 또한 학내 인권교육도 언급하고 싶다. 이에 많은 의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학내 인권교육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선본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으로 쏠리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인권교육을 공약으로 내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와 따로 공약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좌담회나 공청회와 같은 담론장을 다양하게 만들어 논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총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사회 내에서 인권에 대한 다층적 논의를 가능케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Q. 군 관련 상시 기구나 장애학생인권TF 신설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새로이 기구를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해당 공약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부후보: 군 문제는 특정 시기만 아니라 상시로 신경 써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기구를 신설하려고 한다. 또한 지난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군인권TF를 조직한 적이 있는데, 이런 활동을 확대해 군 문제에 대한 도움을 주고자 한다. 장애학생 인권 역시 상시로 신경 써야 하는 문제다. 게다가 서울대 학내 장애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부재하다. 그래서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 중요한 부분은 사업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공약 이행 이후에도 학생사회에 남아있도록 하는 것이다.

 

Q. 선거에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정후보: 지금 직면한 목표는 선거를 꼭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겨울 방학 내내 100명에 이르는 선본원과 밤낮 논의했던 일이 소중해 총학의 공약과 생각들이 학우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 또한 공동체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 여러 단체의 대표를 맡아왔다. 사랑을 잃지 않고 또 그만큼 사랑받을 수 있는 총학이 됐으면 한다. 

부후보: 장기적으로 이번 발걸음이 학생사회가 활기를 되찾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선거가 끝난 뒤에 선거를 도와주시는 분들과 모든 학생이 함께 웃고 있기를 바란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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