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스포츠 동아리 별책 부록 ①

교수는 대학에서 연구만 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 즐길 줄 아는 교수들은 어떤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있을까? 『대학신문』이 하계 방학 동안 무더위도 꺾지 못한 구기 종목 교수동아리의 뜨거운 연습 현장에 직접 방문해 봤다.

탁구의 성지에서 펼쳐지는 열띤 랠리

 

탁구인들에게 체육관(71동)은 탁구의 성지와 다름없다. 1988년 개최된 서울올림픽 당시 바로 이곳 탁구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탁구장은 매주 맑고 경쾌한 탁구공 소리로 가득 찬다. 10명 남짓의 교수가 모인 ‘교수탁구동호회’의 열기는 국가대표 훈련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기자가 탁구장에 들어온 사실도 모를 만큼 연습에 열중했다. 권혁승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탁구공의 박자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탁구에 오롯이 빠져들게 된다”라고 전했다. 서강문 교수(수의학과)는 “연구에만 몰두하면 지치기 마련인데 땀 흘리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연습 경기를 마친 교수들의 이마에는 열정의 구슬땀이 맺혀있었다.

함께하는 스포츠라는 재미도 있다. 이준규 교수(생물교육과)는 “같은 상대라도 매번 경기 결과가 뒤바뀌는 흥미진진함이 있다”라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이 탁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서영채 교수(아시아언어문명학부)는 “거리두기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단식 경기 위주로 연습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둘이서 오붓하게 공을 주고받는 것이 교수들 사이가 돈독한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은 전국교수탁구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교수탁구동호회는 꼴찌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을 거뒀던 2016년도와 달리 2018년 개최된 제8회 대회에서 A조 준우승을 차지하며 성장 신화를 써냈다. 교수들은 이를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시원한 반전”이라고 평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교수탁구동호회를 담당하는 이나경 코치(34)도 그 환희의 현장에 함께했다. 이 코치는 “탁구는 순간의 전략과 기술이 중요하다”라며 “즉석에서 바꾼 전략이 득점으로 연결될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교수님들께 기술을 알려드리면 금방 원리를 깨우치시고는 팔다리에 말을 걸듯 중얼거리신다”라며 “꾸준한 반복 끝에 기술을 완벽히 체화하시는 열정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같이 탁구 합시다.”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영채 교수는 간결하게 답했다. 그는 “탁구는 체력 의존성이 낮아 입문하기 쉽다”라며 “다른 교수에게도 추천할 만한 만점짜리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하이클리어’

배드민턴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종목이다. 그러나 배드민턴에 전문성이 더해질 때 그 재미가 배로 커진다면 어떤가? 교수배드민턴회 ‘하이클리어즈’ 회장인 이병민 교수(영어교육과)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거위 털로 만들어진 값비싼 셔틀콕 등 양질의 장비를 구비해두고 있다”라며 “실력과 마음이 맞는 여러 단과대 교수들이 모였기에 즐거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배드민턴 엘리트 선수로 지냈던 학생 코치에게 배드민턴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쌓고 있다. 정수연 씨(체육교육과 석사과정)는 “배드민턴은 손목 힘과 스텝에 관한 이해가 필요한 종목”이라며 “실력 향상을 위해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늘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라 처음에는 교수님들이 어렵게 느껴졌다”라면서도 “나를 선생으로 존중해주시고 가르침을 열정적으로 수용하려는 교수님들의 태도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교수들의 열의가 상당한 만큼 그들의 경기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김덕수 교수(역사교육과)는 “받기 어려운 위치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슬라이딩으로 쳐내는 것에 자신이 있다”라며 “몸을 던지겠다는 열정으로 임하는 중”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이클리어즈에서 10년 넘게 활동 중인 수의과학연구소 김은희 연구원은 “상대가 안일한 그 순간에 허를 찔러 역전승할 때가 최고”라며 배드민턴의 매력을 설명했다. 빠르게 꽂히는 셔틀콕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배드민턴의 역동성이 온전히 전해지는 듯했다.

다양한 교수진이 어울리는 이곳은 단순히 취미를 공유하는 단체를 넘어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병민 교수는 “일부 회원들과는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기도 한다”라며 “배드민턴만을 위한 동아리라기보다는 편히 모여 운동하는 친목 모임 같아 즐겁다”라고 말했다.

하이클리어즈는 그 이름처럼 높은 성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둬왔다. 최근에는 지난 6월 개최된 ‘2022 국가거점국립대학교 제전’ 교수 부문 배드민턴 경기에서 우승했다. 홍병희 교수(화학부)는 “무엇보다 한 팀으로 우승했다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들은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전국교수배드민턴대회부터 타 대학과의 교류전까지 여러 외부 훈련과 대외 경기 참여를 폭넓게 고려 중이다.

 

푸른 하늘 아래 짜릿한 스매싱 한 방

1981년도에 창설돼 오랜 역사와 200여 명이라는 상당한 회원 수를 자랑하는 ‘관악교수테니스회’는 전국교수테니스대회에서 지난 9년 동안 한 번도 3위 밑으로 떨어진 적 없는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동아리 회장인 박일혁 교수(체육교육과)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보니 타 대학에서도 경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라며 “최근 연세대와 교류전이 있었는데 우리 테니스회의 저력을 보여주고 왔다”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테니스는 실외에서 즐기는 매우 활동적인 스포츠다. 황호성 교수(물리천문학부)는 “테니스를 치다가 문득 올려다본 푸른 하늘은 너무 아름답다”라며 “전신을 활용하는 역동적인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박일혁 교수는 “스케일이 크고 타격감이 좋다”라고 테니스에 매료된 계기를 설명했다. 공이 라켓에 맞을 때마다 테니스장을 가득 메우는 맑고 청명한 울림과 새파란 하늘이 기자에게도 조화롭게 느껴졌다.

코로나19도 테니스를 향한 그들의 애정을 막지는 못했다. 박일혁 교수는 “테니스회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코트가 완전히 폐쇄됐던 잠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율적으로 연습해왔다”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의 순수한 열정은 그들의 주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전이됐다. 안우영 교수(심리학과)는 “초등학생 아들의 테니스 레슨을 담당하고 있는데 벌써 구력이 2년이나 된다”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환히 웃으며 서로 농담을 건네는 편안한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테니스에 먼저 입문한 선배 교수가 후배 교수의 멘토가 돼주는 연습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테니스회에서 활동한 하순회 교수(컴퓨터공학부)는 테니스회의 특징으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다른 학과 교수와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박일혁 교수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테니스회의 제일 중요한 취지”라며 미소지었다.

한편 관악교수테니스회는 코로나19로 2년 동안 중단됐던 전국교수테니스대회를 주관하며 분주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이들은 전국 단위의 큰 규모의 대회를 서울대에서 개최하게 된 것에 강한 자긍심을 보였다. 제51회 전국교수테니스대회는 오는 10월 13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4일 개인전과 15일 단체전이 예정돼 있다.

 

글·사진: 조은성 기자 dmstjddl02@snu.ac.kr 한정현 기자 power720kr@snu.ac.kr 

사진: 이진서 기자 jsleein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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