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스포츠 동아리 별책 부록 ②

교수는 대학에서 연구만 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 즐길 줄 아는 교수들은 어떤 스포츠 활동을 즐기고 있을까? 『대학신문』이 여러 이색 활동을 즐기는 교수동아리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수려한 동작으로 몸과 마음 수련하기

무협지나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태극권에 매료된 적이 있는가? 평소 영화 주인공의 묵직한 움직임에 로망이 있었다면 ‘교수 태극권 동아리’의 문을 두드려 보기 바란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마다 체육관(71동)에서 동문 태극권을 수련한다. 이는 중국의 것과 다른 한국 고유의 태극권이다. 부원을 지도하는 박태수 사부(69)는 “쉽고 가벼워 단체 활동에 적합한 중국 태극권과 달리 동문 태극권은 예술성이 더해진 화려함이 특징”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같은 동작이라도 어떤 철학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라며 “때로는 무술, 때로는 수련이 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태극권은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 받지 않기에 쉽게 입문이 가능하다. 몇 개의 동작을 배운 뒤에는 편한 옷과 의지만 있다면 어느 곳이든 연습실이 될 수 있다. 올해 초 동아리에 가입한 홍석윤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남녀노소 시도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운동”이라며 태극권의 장점을 꼽았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수련 중인 신은영 교수(불어불문학과)는 “점심 식사 후 소화할 겸 연구실에서도 쉬운 단계의 태극권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보이는 것처럼 만만하지는 않다. 특정 부위를 고강도로 훈련하는 다른 운동과 달리 태극권은 전신을 활용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기자도 태극권을 몸소 시범하는 신은영 교수 뒤에서 동작을 따라 해 봤다. 분명 겉보기에 쉬운 동작이었음에도 허리와 허벅지에 상당한 자극이 느껴졌다. 그러나 동작을 마친 뒤 느껴지는 개운함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재작년 9월에 입문한 백지운 교수(통일평화연구원)는 “허리 치료와 태극권 수련을 병행해 건강에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라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박성배 교수(의학과)는 “척추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유용한 태극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라며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큰 꿈을 갖고 연습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대개 동작의 난이도와 개인 수준에 맞춰 개별 연습을 진행하지만 함께 단체 공연을 준비하기도 한다. 동아리의 회장인 윤충식 교수(환경보건학과)는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교수협의회가 주관하는 ‘어울림 콘서트’에 참여한 것을 꼽았다. 그들은 콘서트에서 태극권 24식과 태극검을 시연했다. 윤 교수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콘서트가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함께 “사제가 모두 어울리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신명난 춤사위로 기분은 하늘 위로

사진제공: 춤사위
사진제공: 춤사위

 

교수동아리 ‘춤사위’가 선보이는 한국의 전통 춤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북과 부채를 다루는 그들의 몸짓에는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현재 이들은 매주 재인청 춤*을 계승한 정주미 명인의 지도를 받고 있다. 전통 춤은 남녀 동작에 큰 차이가 없다. 그저 춤이라는 이름하에 하나로 어우러질 뿐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통 춤의 매력은 느림의 미학과 나이 듦에서 나오는 멋에 있다. 석차옥 교수(화학부)는 “전류가 통하는 듯 짜릿한 춤과의 교감은 중간에 동작을 멈춰도 끝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활동을 시작한 전상학 교수(생물교육과)는 “몸이 느린 편인데 그것이 단점이 되지 않아 배울 맛이 난다”라고 전했다. 동아리 회장인 김진웅 명예교수(약학과)는 “전통 춤은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출 수 있다”라며 “나이가 들수록 원숙미로 춤 선의 깊이가 달라진다”라고 덧붙였다.

전통 춤이 삶에 끼치는 영향이 있냐는 질문에 “밋밋했던 삶의 색감이 다채로워진다”라는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박정일 명예교수(약학과)는 “춤사위 활동을 계기로 우리 전통문화 전반에 견문을 넓히고 있다”라고 즐거움을 전했다. 그는 “우리 전통 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소수민족의 전통 춤에도 눈길이 간다”라며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춤사위의 따뜻한 분위기는 회원들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 최근 동아리에 가입해 전통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우인 교수(제약학과)는 “늘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네시는 교수님들에게서 다정한 인심을 느낀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한경혜 명예교수(아동가족학과)는 “교수의 역할에만 신경 쓰느라 정작 내 감정에는 무관심했다”라며 “이제라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와 잘 맞는 춤에 전념할 수 있어 즐거울 뿐”이라고 밝혔다.

전통 춤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돼 있는 흥을 북돋기에도 제격이다. 춤사위 역시 2019년 ‘어울림 콘서트’에서 관객의 박수와 어깨춤을 이끌어내는 공연을 보여줬다. 당시 공연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정겨운 전통 북춤의 동작과 북의 맑은 소리가 조화를 이뤄 흥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공연 영상을 보여주며 환히 빛나는 그들의 미소에는 우리의 얼과 흥을 함께 즐기고 있다는 자부심이 드러나는 듯했다.

 

낭만과 정을 트레킹하는 사람들

사진제공: 교수산악회
사진제공: 교수산악회

 

“사람은 해발고도 5,000m를 가본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교수산악회에서 장난스럽게 전해지는 말이다. 이들은 토요일마다 격주로 산행을 떠난다. 산행 전에 서울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대량 메일이 발송돼 누구나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방학에는 해외 트레킹도 떠난다. 이들의 여행기는 백두대간부터 파타고니아, 킬리만자로, 심지어 8,611m에 달하는 K2까지 국내외를 망라하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여러 등반을 계속해 온 만큼 산행에 대한 개개인의 추억도 다채롭다. 이영섭 교수(국제학과)는 “겨울 산행만의 낭만이 있다”라며 “아름답게 반짝이던 산나무의 눈꽃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계승혁 교수(수리과학부)는 “산행 중 야생화와 식물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라고 언급했다. 이어 염헌영 교수(컴퓨터공학부)는 “산악회 활동 덕에 나무와 꽃을 구별하는 안목이 늘고 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춘 교수산악회는 단연 ‘편리함’이 장점으로 꼽힌다. 동아리 회장인 최우갑 교수(지구환경공학부)는 “6개월 단위의 세밀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가 있기에 활동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라며 “회원들이 마음 편히 산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삼선 교수(치의학과)는 “의견을 활동 계획에 반영하거나 코스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교수산악회는 다양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이영섭 교수는 “여러 교수의 전문 지식을 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라고 말했다. 최우갑 교수는 “산 중턱에서 각자 가득 싸 온 도시락을 한데 나눠 먹으며 한국인의 정을 느낀다”라고 표현했다. 일부 회원은 가족들과 함께 산행하기도 한다. 이삼선 교수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스위스 체르마트까지 이어지는 알프스 오트루트(Haute Route) 트레킹을 아들과 함께 다녀오며 아들이 어느덧 듬직한 성인이 됐음을 느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회원들은 교수산악회가 다양한 나이대가 모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영섭 교수는 “산악회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라며 “교수자들 사이 끈끈한 연대감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라며 웃었다. 한편 교수산악회는 산악인이 매년 봄에 지내는 신선제인 ‘시산제’와 총회를 계기로 서울대 학생동아리인 ‘산악부’와 교류 중이다. 최우갑 교수는 “금년에는 돼지에 돈을 꽃아 넣는 시산제 의례에 활용된 50만 원 정도를 산악부에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10월에는 해남에서의 특별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최 교수는 “달마산을 지나 미황사에 머문 뒤 청산도를 트레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에게 트레킹 코스와 관련 서적을 소개하는 데 여념 없는 그의 모습에서 산행에 대한 애정과 부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재인청 춤: 조선 후기 광대의 여맥을 이은 세습 예인의 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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