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학내 스포츠 동아리 별책 부록 ③

공부만 하기에는 우리의 청춘이 아깝다! 대학 생활의 특별함을 찾는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신문』이 과제와 시험도 말릴 수 없는 학생들의 열띤 무술 스포츠 활동 현장을 따라가 봤다.

 

칼은 눈보다 빠르다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단체전 금메달부터 펜싱을 소재로 성황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대한민국에서 펜싱의 인지도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체육문화교육연구동(71‒1동) 다목적체육관에서 연습을 진행하는 펜싱부는 펜싱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

멀끔한 펜싱복을 입은 채 얇은 칼을 들고 날랜 몸놀림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펜싱 특유의 세련됨이 그대로 드러난다. 펜싱부는 플뢰레, 에페, 사브르로 나뉘는 세부 종목 중 몸통만 공격이 가능한 플뢰레를 주로 연습한다. 2013년부터 펜싱부에서 활동 중인 안성욱 씨(국사학과·12·졸)는 “치열한 머리싸움이 플뢰레의 매력”이라고 짚었다. 플뢰레는 득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공격권을 얻어내는 것이 경기에서 중요하다. 이때 상대의 칼을 막고 쳐내 공격하는 빠라드 리포스트(parade‒riposte) 기술로 한 번에 공격권을 뺏기 위해서는 세심한 공략이 필요하다. 조하은 씨(국악과·19)는 “경기를 할 때는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조건 반사처럼 즉각 움직여야 한다”라며 “위기 대처 능력과 결단력을 배우고 있다”라고 답했다.

신체와 정신 전반에 펜싱이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무릎을 굽혀 빠르게 오고 가는 종목의 특성상 하체 근력에 좋다. 안성욱 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땀이 흥건할 정도다”라며 “어느덧 살이 안 찌는 체질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가장 큰 펜싱의 재미는 1대1 경기를 통해 자신에게 깊이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익민 주장(조선해양공학과·21)은 “상대와의 소통이 중요한 팀 스포츠와 달리 펜싱은 오직 자신에게 집중한다”라며 “펜싱을 통해 나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조하은 씨는 “다양한 경기 스타일을 경험해보기 위해 혼성으로 연습 경기를 한다”라며 성별이나 체급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와 겨룰 수 있다는 장점도 언급했다.

학부 새내기부터 대학원생, 졸업생까지 여러 나이대의 학생들이 고루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펜싱부의 큰 강점이다. 지난 3월 펜싱을 시작한 심현우 씨(전기정보공학부·22)는 “친목이 두텁고 자율성이 높아 부담 없이 참여하기 좋다”라고 말했다. 안성욱 씨는 “졸업생이지만 어린 학생과 장난치며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펜싱부는 여러 대회에서 입상한 준수한 실력을 지녔다. 김익민 주장은 한국대학펜싱연맹에서 주관하는 대회에서 고려대와의 단체 결승전 경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김 주장은 “치열한 접전 끝에 거둬낸 금메달이라 달콤했다”라며 “경기를 보러 온 지인들 앞에서 마스크 던지기 세레모니를 보여줄 때의 짜릿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회상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체육관(71동) 근처 야구장에서는 70명 정도의 부원을 보유한 국궁부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30m부터 145m에 이르는 거리에서 여러 크기의 과녁에 활을 겨눈다. 주말에는 난지를 비롯한 외부로 활쏘기 연습을 가는 습사(習射)를 진행하기도 한다. 정기 연습은 조명이 꺼진 뒤에도 끝나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다.

이들이 국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윤정훈 씨(우주시스템전공 석사과정)는 “어릴 적 대나무와 줄로 활을 제작해 쐈던 추억이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정서원 씨(고고미술사학과·22)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멋진 병장기를 보며 광활한 부지에서 바람을 가르며 활을 쏘는 모습을 꿈꿨다”라고 답했다. 국궁을 시작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모두 출구 없는 국궁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들에게 활이란 역사를 잇는 작은 발걸음이기도 하다. 국궁은 2020년에 국가무형문화재 142호로 지정됐다. 임종규 씨(언어학과·21)는 “무형문화재를 즐겁게 보존하고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활쏘기인 국궁은 양궁과 차이가 있다. 1~10점까지 배점이 있는 양궁과 달리 국궁은 과녁을 맞추기만 하면 1점을 얻는다. 또한 국궁은 별도의 조준기 없이 자신에게 꼭 맞는 조준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종목이다. 김형준 주장(농경제사회학부·17)은 “국궁에서는 개인의 신체에 맞는 자세를 갈고닦기 때문에 꼭 따라야 하는 기준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국궁은 요령과 자세가 중요하다. 심지어 ‘천하장사도 활은 한 번에 못 당긴다’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새로 입부한 김세준 씨(재료공학부·20)는 “생각보다 등에 힘이 들어간다”라며 “맞는 자세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윤정훈 씨는 “한 번 자세가 틀어지면 감을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인내심과 끈기를 배우게 된다”라고 말했다.

국궁의 또 다른 매력은 아마추어도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종규 씨는 “국궁은 생활 스포츠를 지향해 초보자도 쉽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궁도대학연맹이 주최한 ‘2021년 전국 대학생 궁도 대회’ 단체전 우승은 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이다. 김형준 주장은 “동아리 규모 축소와 코로나19로 국궁부가 혼란스럽던 시기가 있었다”라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 거둔 결과라 더욱 뜻깊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취미로 쏘기 시작한 활은 점차 돈독한 친구가 된다. 김형준 주장은 “야외 활터에서 사계절을 느끼며 활을 쏘는 일은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라며 국궁을 ‘평생 즐길 수 있는 나의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국궁의 재미를 늘어놓는 그들의 눈빛은 종목에 대한 애정으로 빛났다.

 

허점을 노리는 검객이 되다


 

체육문화교육연구동 지하무용실의 분위기는 색다르다. 검도부의 검 부딪히는 소리와 묵직한 기합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서랍장에 빼곡히 정리된 장비가 검도의 멋을 잔뜩 보여주고 있었다. 100명 가까이 되는 수의 부원들과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보유한 이곳은 정갈히 도복을 갖춘 이들로 북적였다. 김효진 부장(건축학부·21)은 “사범님의 지도하에 학번 및 성별 무관 다양한 학생이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긴 검과 두꺼운 호구, 무거워 보이는 호면 뒤에 가려진 그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더 민첩하다. 검도에서 타격이 가능한 부위는 머리, 손목, 허리, 목으로 한정돼 있으며 이곳을 격자부라는 검의 특정 부분으로 정확히 맞춰야 득점할 수 있다. 김효진 씨는 “공격할 때 들리는 시원한 타격음에 스트레스가 풀린다”라고 말했다. 매니저를 맡은 최유정 씨(경제학부·21)는 “검을 활용하다 보니 집중력과 거리를 보는 감각, 반사 신경이 좋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김범수 씨(건축학부·22)는 “등을 바로 세우고 고개를 들게 돼 자세 교정에 좋고 상당한 운동량 때문에 몸의 균형이 잘 잡힌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평생검도’로 대표되는 검도의 장점은 이들에게 하나의 자랑거리다. 대부분 어릴 적부터 검도에 입문한 경험이 있는 부원들은 당시의 기억을 잊지 못해 검도부의 문을 두드렸다. 검도는 한번 입문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 그만큼 검도부 내에서 ‘OB’라고 불리는 선배 기수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최유정 씨는 “졸업한 검도부 선배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도 있다”라며 “흔하지 않은 종목이라 검도인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양원영 씨(중어중문학과·16)는 “검도부를 창립하신 56학번 오병철 선배님의 팔순 잔치에 방문해 선배님과 대련한 적이 있다”라며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선배 기수와 함께 겨루고 소통하는 ‘홈커밍 파티’를 연다. 양 씨는 선배 기수와의 시합을 회상하며 그들의 연륜이 녹아든 실력을 극찬했다.

한편 활동 기수끼리는 방학마다 타지로 합숙을 떠나기도 한다. 황동수 씨(식품영양학과·18)는 “검도장이 있는 춘천의 숙소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다”라며 “땀을 뻘뻘 흘린 뒤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을 때가 최고”라고 말했다.

검도부의 활동 중 단연 매력적인 활동은 3박 4일간 일본 동경대와 함께하는 국제 친선 교류전이다. 부원들은 환영식과 송별회, 합동 수련 및 대련, 관광까지 알찬 활동으로 가득했던 그때를 잊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한동안 교류전이 중단됐다고 전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교류전을 다시 추진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드러나는 듯했다. 동경대 검도부를 한국에서 맞이한 경험이 있던 황동수 씨는 “보통 12월에 교류전을 진행하는데 올해 연말은 일본에서 보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 정연솔 기자 jysno@snu.ac.kr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카와하라 사쿠라 기자 sakusakukki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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