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본부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대학과 협력해 디지털 신기술 관련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혁신공유대학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한편, 지난 6월에는 선진화된 원격 수업 시스템 도입을 목적으로 eTL이 새롭게 개편됐다. 2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 8월에는 9학점에서 15학점 이내로 구성된 교과목을 이수해 특정 분야의 학습을 인증하는 교과인증과정 26개가 신설됐다. 

그러나 교육 혁신을 위한 본부의 이런 노력이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 위에서 이뤄졌는지, 그리고 구성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 일례로 본부는 2018년부터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 탐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타 학과(부) 전공 교과목 성적평가방법 선택제를 시행했으나, 2021년 교육환경개선협의회를 앞두고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97.2%의 학생이 해당 제도를 이용한 경험이 없으며, 그중 61.8%는 그 이유로 제도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학신문』 2021년 9월 13일 자) 지난 학기 공유대학 운영에 관해서도 학생들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대학신문』 2022년 3월 14일 자)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대응하려면 다각도의 기민한 혁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학내 구성원이 새로운 정책에 혼란을 느끼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본부는 정책 설계 및 시행 단계에서 학내 구성원의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여 혁신안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새로운 제도의 교육 효과나 비전에 의문을 느낀다면 참여 역시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부는 준비 단계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시행할 때는 단순히 제도의 존재를 알리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상세한 FAQ, 참여 후기 공모전,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시행 초기 참여를 망설이는 학생에게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정책 도입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성과를 공유해 학내 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향후 새로운 교육 혁신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긴밀한 소통이 요구된다. 본부는 지난달 발간한〈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에서 전공·학과·단과대 간 장벽 없애기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 의제를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아직 대부분 의제에 머물러 있지만, 교육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본부가 정책 설계 단계부터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 간 공론장을 마련해 그들의 실제적인 필요를 파악한다면 그 과정에서 제도의 홍보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성공적인 교육 혁신이 무엇인지 콕 집어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 당사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전달과 설득 없이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본부는 교육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제도가 학내 구성원과 괴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서울대의 교육 혁신은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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