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Residential College)는 지난 몇 년간 서울대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RC는 2016년 시흥캠퍼스 조성을 둘러싸고 본부와 학생 사회의 대립이 첨예할 당시 처음 화두로 등장했다. 이후 2019년 취임한 오세정 전 총장이 관악캠퍼스 RC를 적극 추진하며 이번 달부터 그 시범 단계인 LnL(Living&Learning) 사업이 시작됐다. RC의 도입은 단순 거주만을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을 시행하며 학생들에게 풍부한 공동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RC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아직 RC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는 구성원이 대다수이며 막 시작된 LnL 사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RC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을 취재해 서울대 RC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봤다.

 

서울대와 RC

◇RC란 무엇인가요?=RC란 학생과 교수가 기숙사에 함께 거주하며 학습과 생활을 통합한 교육을 실시하는 제도로,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가 세워진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교육 방식이다. 거주 공간으로서만 사용되는 일반 기숙사와는 달리 RC는 학생들의 다양성 증가와 건전한 공동체 문화 학습을 목표로 학생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유도한다.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에서는 1920년대부터 RC를 도입했고, 국내에서는 2007년 연세대가 미래캠퍼스에서 처음 RC를 시행했으며 그 밖에 △한동대 △KAIST △순천향대 등 다양한 대학에서 RC를 운영 중이다.

◇서울대형 RC, LnL 시범 사업은?=서울대는 지난해 4월 LnL 시범사업실행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해 10월 LnL 시범사업단을 구성해 LnL 시범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학부 재학생을 선발했고, 지난달 14일 신입생 모집을 완료해 현재 △대학원생 조교 13명 △재학생 26명 △신입생 248명이 관악학생생활관 906동에서 LnL 시범 사업에 참여 중이다. △전인적 미래 인재 양성 △건전한 공동체 경험 △문화적 개방성 체화를 목표로 서울대 LnL 시범 사업은 지난 8일(수) 출범식과 함께 그 막을 올렸다.

그렇다면 서울대 LnL 시범 사업은 어떻게 시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게 될까. 우선 학생들은 18~20명으로 구성된 13개의 반으로 나뉘어 교과 활동과 비교과 활동을 하게 된다. 교과 활동의 경우 1학기에는 ‘관악모둠강좌: 공동체’를, 2학기에는 ‘학생자율세미나’를 수강해야 한다. (『대학신문』 2022년 11월 7일 자) 다양한 비교과 활동도 계획돼 있다. LnL 시범사업 운영단 이정훈 운영단장(중어중문학과)은 “△집단상담 워크샵 △우리 안의 다양성 △주거와 문화유적으로 읽는 서울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구상 중이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에는 LnL 시범 사업 참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는 LnL 시범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920동~926동을 재건축해 10개의 하우스에서 3,000여 명의 학생들이 RC에 참여하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LnL 시범 사업에 우려점 제기돼=다만 서울대 RC는 시작 단계부터 다양한 우려점을 안고 출발했다. 우선 LnL 시범 사업이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있다. 「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서는 RC의 설립을 위해 그 필요성과 목적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와 소통 △제도적 뒷받침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정작 LnL 시범 사업의 준비 기간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또한 조선해양공학과 이신형 학과장은 “지난해 장기발전위원회에서도 많은 위원이 RC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으며 학생들도 RC를 생소하게 느끼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합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을 표했다. LnL 시범 사업 재학생 멘토인 변효진 씨(지리학과·21) 역시 “주변 학생들은 RC에 대해 대부분 모른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서울대에는 다양한 RC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LnL 시범사업단의 김경미 객원조교수는 “인적 자원은 충분히 구성돼 있지만 아직 물리적인 시설은 미비할 수 있다”라며, “공사가 끝난 후부터는 더 갖춰진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LnL 시범 사업 신입생 참가자인 윤제성 씨(경제학부·23)는 “아직 프로그램 및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LnL 사업이 추구하는 활동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LnL 시범 사업 프로그램이 기숙형 대학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순천향대 RC를 운영하는 김정민 다드림비교과센터장(순천향대 향설나눔대학 교양학부)은 “관악모둠강좌에서 진행하는 토론 수업은 이미 모든 학과의 학술 동아리에서 하는 일반적인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신형 학과장은 “서울대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기에 이런 이점을 적극 활용해 학생들이 외부에 나가 시야를 넓히고 보다 광범위한 활동을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라며 주로 기숙사 안에서만 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비판했다.

지도 교수와 학생 멘토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변효진 씨는 “LnL 시범 사업이 처음 시행되다 보니 선례가 없어 활동에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센터장은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멘토로서 멘티와 상담을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라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지도 교수에 대한 매뉴얼도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NUS의 RC, 직접 체험해 보다

◇왜 NUS인가?=NUS의 RC는 공동체 의식 함양과 지역 사회와의 활발한 협력이 성공적으로 실현된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학신문』은 NUS RC를 직접 취재해 서울대 LnL 시범 사업에의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아시아 대표 명문대인 NUS는 RC 활동이 의무가 아닌 학생들이 선택해서 지원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서울대 RC와 유사하다. 더불어 NUS 역시 서울대처럼 건물 하나의 규모로 RC 시범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후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이정훈 운영단장은 “NUS의 RC는 서구 대학의 성공적인 사례를 집약해 놓은 느낌이다”라며 LnL 시범 사업 설계 과정에서 NUS의 RC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NUS 학생들의 일과를 함께하며 “학습과 생활을 통합한 전인적 교육”이라는 RC의 의미가 어떻게 생생히 구현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NUS에서 ‘캡틴’들을 만나다=서울에서 비행기로 6시간 반, 『대학신문』 기자단은 NUS에 도착했다. 적도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싱가포르에 도착했음을 실감케 했다. 방대한 캠퍼스의 규모에 허둥거리다 30분쯤 지났을까. 기자단의 취재를 도와주기로 한 CAPT(College of Alice&Peter Tan) 소속의 첸 웨이 청 씨(NUS 산업시설관리학과)가 다가왔다. “Hello, you guys from SNU...?”

기자단은 웨이 청 씨의 안내에 따라 NUS에 있는 네 종류의 기숙사 중 ‘사회 공헌’이라는 고유한 테마로 운영되는 CAPT 기숙사를 방문했다. 건물에 들어서니 CAPT 학생들의 사진으로 게시판이 꾸며져 있었고, 스포츠 대회나 학생회 활동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웨이 청 씨는 “우리는 스스로를 CAPT의 구성원이라는 의미에서 캡틴(CAPTains)이라고 부른다”라며 건물의 구석구석을 소개해 나갔다. 하나의 기숙사는 건물의 2~3개 층을 묶어 다시 ‘하우스’라는 소규모의 생활 단위로 나뉜다. CAPT의 하우스 이름은 날개가 달린 상상 속의 동물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락 △피닉스 △툴파 △가루다 △드래곤 총 5개 하우스 중, 웨이 청은 기숙사 3~5층에 해당하는 락 하우스 소속이었다. 긴 복도를 따라 줄지어 있는 학생들의 방 사이에 위치한 공용 휴게 공간에서 게임을 하며 노는 학생들도 보였다. 각자의 방문에는 친구들이 장난스레 적은 낙서가 있었다. 가령 웨이 청 씨의 방문은 “CAPT에서 가장 친절한 남자”라는 수식어로 가득했다.

CAPT의 바로 옆 건물에는 큰 규모의 다이닝 홀이 있었다. CAPT를 포함해 RC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다이닝 홀에서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 필수다. 이는 ‘밀 플랜’(Meal plan)이라고 불리며, 한 학기 치 전자 식권을 구매해 소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기자도 웨이 청 씨의 식권을 이용해 직접 밀 플랜을 먹어 봤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답게 △양식 △중식 △말레이시아식△인도식 중 하나를 선택해 먹을 수 있었다. 이름 모를 말레이시아 요리를 담은 후 자리에 착석한 기자는 밥을 먹으며 다른 캡틴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그레고리 웡 트위 룽 씨(NUS 컴퓨터공학과)는 “보통은 바빠서 친구들과 만나기 힘든데 밀 플랜을 먹으며 충분히 대화할 수 있어 좋다”라며 밀 플랜의 장점을 설명했다.

▲기자가 먹은 말레이시아식 밀 플랜.
▲기자가 먹은 말레이시아식 밀 플랜.

◇RC만의 고유한 수업이 있다고?=NUS RC의 활동도 교과 활동과 비교과 활동으로 나뉜다. CAPT 학생들은 △템부수, RC4, CAPT 기숙사가 모두 함께 듣는 기초 교양 ‘IEM’(Ideas and Exposition Modules) 한 과목 △사회 공헌이라는 주제로 CAPT 학생들만 듣는 ‘주니어 세미나’(Junior Seminar) 한 과목 △‘시니어 세미나’(Senior Seminar) 두 과목을 들어야 한다. 기자는 그레고리 씨가 듣는 시니어 세미나 ‘도시와 자연’을 함께 들어봤다.

▲‘도시와 자연’ 수업에서 토론 중인 그레고리 씨와 제임스 씨.
▲‘도시와 자연’ 수업에서 토론 중인 그레고리 씨와 제임스 씨.

수업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비단 환경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인간 중심적 요소가 포함된 문제임을 지적했다. 교수자의 일방적 강의가 아닌 학생들의 활발한 토론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강의를 맡은 NUS RC 디렉터 토 타이 총 박사는 “우리 토론에는 정답이 없다”라며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독려했다. 환경 중심적 관점과 발전주의적 관점을 충돌시켜 보고, 자신의 입장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득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토 타이 총 박사는 “CAPT의 수업은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사회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도록 장려한다”라고 설명했다.

◇CAPT는 지금 ‘스포츠 홀릭’=NUS의 RC에서는 IG(Interest group) 활동이 활발하다. 이는 한국의 동아리보다 규칙이나 제약이 비교적 적은 형태의 집단으로, 스포츠 IG가 가장 흔하며 그 밖에도 △요리 △커피 제조 △주식 투자 등 관심 분야가 같은 학생들이 모이면 IG를 만들 수 있다. 템부수 기숙사에 거주하는 송민규 씨(NUS 전기전자공학과)는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참여하면 된다”라며 “8개의 IG에 동시에 가입해 활동한 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CAPT에서 ‘스포츠 맨’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역시 △수영 △탁구 △축구 △테니스 등 모든 종류의 스포츠 IG를 적어도 한 번씩은 시도해 봤다고 말했다.

▲인터칼리지 대회 테니스 경기 중인 그레고리 씨.
▲인터칼리지 대회 테니스 경기 중인 그레고리 씨.

영화 <해리포터>에서 네 개의 기숙사가 ‘퀴디치’ 게임을 하며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히 싸우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바로 인터칼리지 대회(Inter-college competition)다. 인터칼리지 대회는 RC 기숙사들이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 경기다. 기자도 그레고리 씨의 테니스 준결승 경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레고리 씨는 “다소 긴장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셔틀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가니, CAPT의 공식 색깔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그레고리 씨의 친구들이 그를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친구들은 그의 연습 게임 상대로 나서주며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비교과 활동의 꽃은 봉사 활동=한편 CAPT에서는 한창 치 하오 위엔 씨(NUS 건축학과)가 ‘타섹 주롱’(Tasek Jurong) 프로그램의 기획 회의에 참가하고 있었다. 타섹 주롱은 CAPT의 ACE(Active Community Engagement, 활발한 사회 참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사회적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 사회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멘토로 참가하는 학생들은 싱가포르의 사회 공헌 비영리 조직인 ‘타섹 주롱 리미티드’(Tasek Jurong Limited)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수업 및 현장체험학습을 기획한다. 하오 위엔은 “멘티들과 함께하며 경청의 태도를 배우는 등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벵갈루루에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CAPT 카말 학생들. (사진 제공:  CAPT 카말)
▲벵갈루루에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CAPT 카말 학생들. (사진 제공: CAPT 카말)

CAPT의 사회 공헌 활동은 싱가포르 지역 사회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확장된다. 대표적으로 해외 봉사를 담당하는 학생회 ‘CAPT 카말’(CAPT KAMAL)이 있다. 그들은 인도 벵갈루루의 여건이 좋지 않은 아이들과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디렉터인 제임스 테오 리 첸 씨(NUS 통계학·경제학과)는 “봉사활동을 하며 인도 문화를 깊게 탐방하고 인도의 다양한 사회적 기업도 방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CAPT 카말은 인도에서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회의를 연다. 시간이 너무 늦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또 다른 프로젝트 디렉터인 펄리아 프리안드라 씨(NUS 경제학과)는 “늦은 시간에 회의를 해도 괜찮다”라며 “모두 같은 CAPT 건물에 살기 때문에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회의 외에도 식당이나 복도 등에서 서로를 만날 기회가 많아 더 끈끈해지는 기분이다”라고 RC 안에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의 이점을 덧붙였다.

◇학생 복지, 학생들이 책임집니다=CAPT에서는 학업 스트레스나 대인관계에서의 외로움을 느끼거나 번아웃 상태에 빠진 대학생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CAPT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담당하는 학생회인 ‘CAPT 서포트’(CAPT SUPPORT)를 두고 있다. CAPT 서포트 리 위 욜랜다 부회장(NUS 생활과학과)은 “집단 활동이 많은 CAPT의 분위기 안에서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라며 “CAPT 서포트 부원들은 정신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캡틴들에게 버팀목이 돼 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단도 CAPT 서포트의 행사에 참여해 봤다. 자신이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던 때를 그림으로 표현한 후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하는 활동이었다. 기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간, 시험 하나를 끝내고 잠깐 소파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쪽잠을 청했던 때를 그림으로 그렸다. 기자의 조악한 그림 솜씨에도 “그림으로 돈 벌어도 되겠다”라며 칭찬을 해준 CAPT 서포트 친구들 덕에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그림을 공유하며 CAPT 서포트와 기자단은 뜻밖의 힐링 시간을 가졌다.

한편 수업이 끝난 늦은 밤, 웨이 청 씨, 그레고리 씨, 하오 위엔 씨를 비롯한 락 하우스 학생들이 북적이며 모여 있었다. CAPT의 공용 부엌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락 하우스의 대표인 하오 위엔 씨가 와플을 굽고 있었다. 하오 위엔 씨는 “하우스 대표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데, 오늘은 CAPT 친구들에게 와플을 만들어 주는 행사를 열었다”라며 지난 스포츠 대회에서 락 하우스가 우승 상품으로 받은 와플 기계를 적극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와플에 초콜릿 소스를 뿌려 먹거나 팝콘 치킨을 곁들여 먹기도 했다. 와플을 한 손에 들고 자유롭게 오가며 대화하는 캡틴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도 하오 위엔 씨의 와플을 먹으며 많은 CAPT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싱가포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NUS에 머무른 시간은 단 4일이었지만 어느새 CAPT의 다양한 RC 프로그램에 매료된 느낌이었다.

▲와플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락 하우스 학생들.
▲와플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락 하우스 학생들.

 

NUS로 보는 서울대 RC

◇활동의 다양성=CAPT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실감한 NUS RC의 가장 큰 장점은 RC 안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CAPT에는 학생회와 ACE 프로그램만 각각 13개씩 마련돼 있었으며 IG 역시 약 30개가 있었다. 더욱이 학생들은 사회 공헌이라는 주제 안에서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어린이 △장애인 △노인 △이민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CAPT 외의 다른 RC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 역시 “각자의 고유한 테마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LnL 시범 사업에서도 서울대 RC만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민 센터장은 “타과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며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서울대 RC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기숙사 내 시설도 풍부해야=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서는 RC 내 충분한 시설이 완비돼야 한다. NUS는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스포츠 IG 학생들은 기숙사에 있는 다목적 스포츠홀에서 운동할 수 있고 △요리 △제과제빵 △밴드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도 기숙사 안에 마련돼 있다. 시니어 세미나 등의 교과 활동도 기숙사 내에 있는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회의하거나 함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층마다 있어 매일 학생들이 자연스레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NUS의 RVRC 기숙사에 거주하는 친준안 씨(NUS 컴퓨터공학과)는 서울대의 LnL 사업을 향해 “RC의 운영진들은 프로그램 기획뿐 아니라 공간과 시설 측면에서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학생의 자율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NUS RC에서는 무엇보다 이 다양한 활동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프리안드라 씨는 “고등학교 때와 달리 학생들이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주도하고 기획한다”라고 말했다. 교과 활동에서도 학생들은 수업의 방향을 직접 제안할 수 있다. 토 타이 총 박사는 “지난 학기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현장 학습 주제와 장소를 정했다”라고 전했다. 기자단이 만난 CAPT의 학생들은 입을 모아 RC에서는 원하는 활동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울대 RC에서도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변효진 씨는 “LnL 사업단의 기획에 더해 학생들이 기대하는 점들이 실현 단계로 이어지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변효진 씨는 “학생들이 흥미와 열정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LnL 사업은 여러 우려점을 안고 시작했고 여전히 시범 단계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앞으로 서울대만의 RC를 위해 써나갈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만들어진 RC가 아닌 만들어가는 RC를 위해, 시행 과정상의 부족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NUS 등의 성공적인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자율 활동을 독려하며 만들어나갈 서울대만의 RC를 기대해본다.

 

삽화: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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