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LnL 시범 사업 1년의 평가와 미래

LnL(Living&Learning) 시범 사업이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LnL은 주거와 배움이 통합된 전인교육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도입된 시범 사업으로, 학생들이 공동체 경험을 통해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nL 시범 사업 운영단은 LnL이 서울대에 적합한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교육)로 정착할 때까지 시범 사업의 형태로 계속해 운영될 것임을 밝힌 바 있으며, 올해부터는 시행 대상 건물을 추가하면서 확장에 나섰다. (『대학신문』 2023년 12월 4일 자) 『대학신문』에서는 지난해 LnL 시범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과 운영단을 만나 그 첫 번째 해를 돌아보고, LnL이 그리는 앞날을 들어 봤다.

 

생생한 삶이 깃든 LnL의 Living은?

◇‘반’ 이뤄 생활한 LnL=LnL에 참여한 학생들은 반을 기본 단위로 생활한다. 지난해 LnL 시범 사업은 906B동에서 2층부터 8층까지 층마다 반을 두고 운영됐으며, 한 반은 20명의 신입생 멘티, 2명의 학부생 조교, 그리고 1명의 대학원생 조교인 프록터로 구성됐다. 이렇게 이뤄진 반을 중심으로 매달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반 활동이 열렸으며, LnL 시범 사업 운영단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영화 관람, 요리, 템플스테이 등 각양각색의 반 활동이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멘티 김유경 씨(전기정보공학부·23)는 “연말에 ‘챌린저스’ 앱을 사용해 스트레칭이나 아침밥 먹기 등 각자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상품을 받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LnL에서 진행된 비교과 활동은?=LnL 시범 사업에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비교과 활동을 자율적으로 개설해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프록터가 기획안을 만들어 학생들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비교과 활동을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도 있었다. 지난 학기 말 906B동 8층에서 열린 자작시 및 그림 전시가 그 예다. 학생들은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전시할 작품들을 출품하며, 직접 가벽을 설치해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멘티 박희선 씨(경영학과·23)가 참여한 ‘LnL 사람들’ 활동은 LnL 구성원을 인터뷰해 각자가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이를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매거진 형식으로 발간하는 활동이다. 박 씨는 “이 활동에서 인터뷰를 통해 진지한 인생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보람찼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렇게 LnL 구성원들의 색깔로 쓰인 글은 한데 엮여 종이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LnL 비교과 활동 중 하나인 ‘다양성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재윤 씨)
▲LnL 비교과 활동 중 하나인 ‘다양성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재윤 씨)

◇LnL의 소모임이란?=하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는 비교과 활동 개설을 위한 기획안과 예산안 작성 등의 절차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행정 절차가 학생들의 폭넓은 배움과 자율성에 발목을 잡는 것 같다고 느낀 멘토 박영민 씨(재료공학부·20)는 동아리와 같은 자율적인 소모임 제도를 LnL 시범 사업 운영단에 건의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모임 제도는 비교과 활동과 달리 별도의 금전적·행정적 지원이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편하게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박희선 씨가 참여한 영화 소모임 ‘LnL cine club’은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를 직접 개최하기도 했다. 소모임에서는 파티준비위원회를 꾸려 이벤트, 경품, 상영 영화, 초대장, 포스터 등 모든 것을 직접 기획했고 요리 소모임, 베이킹 소모임과 연합해 파티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파티 당일에는 50명가량의 인원이 참석했다. 홍보 책임을 맡았던 박 씨는 “힘든 준비 과정이었지만 파티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로부터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애틋한 감상을 전했다.

◇LnL의 시설은 어땠나=협력과 소통에 기반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LnL의 공간적 구성도 한몫했다. LnL 시범 사업 운영단은 906B동을 리모델링해 세미나실과 공용주방, 시청각실과 다목적실 등 다양한 공용공간을 조성했다. 이 공용공간들은 LnL 프로그램에 적극 활용됐는데, 박희선 씨는 “요리와 베이킹 소모임 등이 새롭게 탄생한 공유 주방에서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박영민 씨는 “쾌적하고 넓은 공용공간 덕분에 함께 공부하기도 좋고, 친목을 다지기도 좋았다”라고 공용공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모델링으로 탄생한 906B동의 공용공간.
▲리모델링으로 탄생한 906B동의 공용공간.

◇함께 사는 LnL, 구성원 간 소통은 어땠나=LnL의 ‘Living’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공유를 넘어 구성원 간 소통에도 무게를 뒀다. 우선, LnL 전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이 운영됐다. 학생들은 익명 대화방을 통해 야식을 같이 먹을 친구를 구하기도 하고, 익명의 힘을 빌려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박희선 씨는 “불편한 점이 생기면 다들 주저하지 않고 익명 대화방에 올리니 빠르게 개선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LnL 내부의 생활 규칙을 조율하기 위해 LnL 전체 구성원들은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 지난해 1학기 열린 ‘대토론의 밤’에서는 대표 학생이 패널로 선출돼 LnL 내부 규칙에 대해 토론했고, 다른 많은 학생들도 방청객으로 참여해 활발히 의견을 제시했다. 열띤 토론 끝에 생활 규칙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으며 일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다. 김유경 씨는 “당시 세탁기의 포화 상태 문제가 제기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바구니를 설치해 해결해 보자는 의견이 나와 실제로 이행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늦은 시간 세미나실에서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눌 때 발생하는 소음이 지적됐다”라며 “이 때문에 세미나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대를 두고도 토론했다”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대토론의 밤’에서 세미나실 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사라 씨)
▲학생들이 ‘대토론의 밤’에서 세미나실 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사라 씨)

멘티 사이의 소통은 물론, 멘티와 멘토·프록터 간 소통도 이뤄졌다. 멘티는 멘토나 프록터에게 정기적인 상담은 물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멘티 신연재 씨(통계학과·23)는 “LnL에서 1년간 생활하며 가장 좋았던 부분이 운영진과의 원활한 소통이었다”라며 “2학기 필수 과목이었던 ‘학생자율세미나’를 준비하며 기획안 작성의 도움을 받고자 프록터와 적극적으로 면담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프록터를 통해 대학원이나 유학 등 당장 알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상담한 것이 특히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유경 씨 역시 “프록터나 멘토와 친구처럼 지내며 LnL 생활이나 개인사, 학업 고민 등에 대해 자유롭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상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멘티들도 있었다. 멘티 A씨는 “정기적 상담은 표면적인 질문들로만 구성돼 학교 적응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라며 “전문가가 아닌 멘토와 프록터에게 높은 질의 상담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담 자체가 멘토와 프록터 개인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멘토와 프록터가 상담을 형식적인 절차로 여기게 될 경우 깊이 있는 상담이 이뤄지지 못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멘토와 프록터의 업무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어=한편 LnL 시행 초기 정비되지 않은 제도로 인해 멘토와 프록터의 노동력이 지나치게 동원됐다는 비판도 있다. 멘토와 프록터는 맡은 반 학생들의 생활 관리는 물론,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에 수시로 호출됐다고 이야기한다. 강의실 조성 작업부터 비교과 활동 관리 및 진행까지,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LnL 활동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멘토와 프록터의 업무가 명확히 안내되지 않아 역할 분담이 확실히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업무량이 개인의 적극성에 좌우됐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일부 멘토나 프록터는 지급되는 보상에 비해 업무 강도가 과도했다고 전했다. 프록터 신재용 씨(행정학과 석사과정)는 “프록터가 LnL에 거주한다는 것은 혜택이자 족쇄였다”라며 “멘티들과 함께 거주하며 밤낮없이 전반적인 관리까지 해야 했기에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했다”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또 멘토와 프록터의 역할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 프록터가 업무를 떠맡은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일례로 학생 상담은 멘토와 프록터의 공동 업무지만, 멘토가 수동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프록터가 반의 모든 학생들과 상담을 해야 했다.

LnL 시범 사업 운영단 역시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LnL 시범 사업 운영단 여명석 총괄단장(건축학과)은 “올해부터 LnL은 프록터의 활동비를 인상하고 지난해 없었던 멘토 활동비를 추가적으로 지급해, 업무 분담과 그 보상을 확실히 할 예정”이라며 “입·퇴거 업무나 생활 지도 및 시설 관리를 전담하는 동조교 3명을 신규 배치해 멘토와 프록터의 업무량을 줄이겠다”라고 밝혔다.

 

배움과 성장의 길을 내어준 LnL의 Learning

◇강연 위주의 관모강, 활발한 참여는 글쎄=LnL의 ‘Learning’은 1학기의 ‘관악모둠강좌: 공동체’(관모강)와 2학기의 ‘학생자율세미나’(학자세)로 구성된다. 지난해 1학기에 진행된 2학점 교과목인 관모강은 ‘공동체’를 주제로 초청 연사들의 강의를 듣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명석 총괄단장은 “관모강을 통해 LnL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관모강은 모든 멘티들이 강당에 모여 강의를 듣는 식으로 운영됐기에 그 참여도가 저조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출석만 확인하고 수업 중간에 나가는 이른바 ‘출튀’ 현상도 빈번했고, 강의 시간을 개인 과제를 하는 시간으로 여기는 학생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박영민 씨는 “관모강 강연들은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내용 자체가 큰 흥미를 유발하지 못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라며 “토론 과정에서 서로에게 많이 배워가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된 세미나였을 텐데, 현실적으로는 힘든 구조였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학생들의 자율성이 부각된 학자세=한편 지난해 2학기에 운영된 학자세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직접 제안하고 융합적인 관점으로 학습하는 자율 연구 프로젝트 형태의 강좌였다. 2~4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기존 기초교육원의 학자세와 달리, LnL의 학자세는 신입생들이 스스로 개설책임학생이 돼 다른 전공의 학생들과 자율적으로 강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나아가 LnL의 학자세에는 신입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지도교수와 조교 외에 프록터와 멘토도 참여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학생들은 1년간의 LnL 활동 중 가장 힘들면서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학자세였다고 입을 모은다. ‘친밀성 세미나’라는 학자세에서 공동체의 정의가 무엇인지 토론했던 멘티 이사라 씨(지리교육과·23)는 “내가 생각하는 LnL의 정수는 학자세다”라며 “학생 자율성 및 자기계발 역량 향상이라는 LnL 사업의 목적에 맞게, 학자세를 직접 운영하면서 그런 역량을 두루 향상시킬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좋은 보고서 작성을 위한 방법론’이라는 학자세의 개설책임학생으로 활동한 박영민 씨는 “1학년 때 ‘화학실험’, ‘물리학실험’ 등의 과목을 수강하면서 실험 보고서를 쓰는 것에 미숙한 학생이 많음을 느꼈다”라며 “이공계 학생들이 실험 보고서를 쓰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기회가 적은 현실이 안타까워 해당 학자세를 개설했다”라고 전했다. 이 학자세를 통해 멘티들은 파이썬으로 그래프를 시각화하거나 레이텍으로 정제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선배와 자신의 레포트를 비교 분석해 자신의 레포트를 보완하는 활동을 했다.

◇지나친 시간 투자와 불공평한 책임 분담에 대한 불만도 제기돼=학자세는 자율적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활동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학자세가 1학점 교과목인 데 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 투자를 요구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박희선 씨는 “학자세가 절대 1학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4~5학점 수업에 해당하는 노력과 시간을 학자세에 쏟아야 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사라 씨 역시 “관모강이 2학점이고 학자세는 1학점인데, 커리큘럼을 고려하면 두 과목의 학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학자세가 1학점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도 있어, 활동 진행에 차질을 겪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식투자를 통한 국내 경제 이해’라는 학자세의 개설책임학생으로 활동한 신연재 씨는 “1학점짜리 학자세에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타 과목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여긴 학생들이 많아 활동 진행이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학자세에서 개설책임학생에게 업무가 지나치게 집중됐다며 불만을 전한 이들도 있었다. 개설책임학생은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인 1학기부터 계획서 및 예상 경비 사항을 제출하고, 지도교수를 섭외하는 등의 준비를 맡았다.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하고부터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끌어가는 동시에 활동일지 작성, 경비 사항 기록, 보고서 및 발표회 준비 등의 업무를 총괄해야 했다. 개설책임학생을 맡았던 B씨는 “어느 순간부터 예산안 작성, 연구일지 제출, 공동과제 작성을 전부 내가 하고 있었다”라며 “예산 기획과 같은 행정 업무는 멘티가 아닌 프록터나 지도교수님이 맡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역할 분배의 아쉬움을 전했다.

 

새롭게 펼쳐질 LnL을 기대하다

◇LnL, 919D동으로의 확장=1년간의 시범 사업을 거친 LnL은 올해 변화를 겪는다. 가장 큰 변화는 LnL이 919D동까지 확대 운영된다는 것이다. LnL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06B동은 남녀가 한 층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되지만, 919D동은 층별로 남녀를 나눠 운영된다. (『대학신문』 2024년 3월 4일 자) 특히 2인 1실 형태를 갖는 906B동과 달리, 919D동은 6인 3실로 구성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LnL 시범 사업 운영단의 입장이다. LnL 시범 사업 운영단 최정권 단장(건설환경공학부)은 “906B동에서 단체 활동을 하려면 방 밖으로 나와야 했지만, 919D동은 방 안에 거실이 있다”라며 “한 공간 안에서 거주와 공동체 활동이 모두 가능해 이전과 또 다른 방식의 협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LnL 시범 사업 운영단은 919D동으로의 확장을 통해 서울대형 RC의 구체적인 정체성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LnL 시범 사업 설계 과정에서 참고한 싱가포르 국립대학(NUS,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의 RC는 4개의 칼리지로 구성돼 있고, 각 칼리지는 저마다 고유의 테마를 지닌다. 최정권 단장은 이번 확장에 대해 “NUS와 같이 LnL도 동별로 특색을 부여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라고 밝혔다. 마스터 초빙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다. 마스터 교수는 각 동마다 한 명씩 초빙되며, 마스터 교수의 지도 아래 각 동은 각자의 테마를 찾아나갈 예정이다. 동별 특성 탐색 작업에 대해 최 단장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LnL 학생들이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정권 단장은 LnL이 919D동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919D동 거주 재학생이 계속 거주를 신청하지 못하게 된 사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LnL 확대 재연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관악사 거주 재학생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라고 인정하며 “관악사 관장이 LnL 총괄단장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의사결정에 있어 관악사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자율성과 학생 지도 사이 균형에 대해 고민 중=지난해의 시행착오를 통해 LnL 방향성에 대한 윤곽이 잡혀감에 따라, 비교과 활동의 방향성에도 약간의 수정이 가해질 전망이다. 최정권 단장은 “지난해 학생들이 제출한 소모임 계획서를 검토할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일단 해보자’였던 것 같다”라며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취지였지만, 지나친 자율성으로 인해 활동이 중구난방으로 추진된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올해부터는 이를 개선하고자 그는 “학생의 자율성을 지키는 선에서 소모임 활동에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지나치게 오락성을 띠는 등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소모임은 수정 및 보완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LnL도 올해부터 상벌점 도입된다=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상벌점 제도의 도입이다. 지난해 LnL은 ‘자율과 자치의 공동체’라는 키워드로 기존의 관악학생생활관처럼 상벌점 체제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약속을 만들어 지켜가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LnL의 시스템이 관악사와 통합되면서 같은 규칙을 공유하게 된 것은 물론, 입·퇴거 관리 역시 관악사가 담당하게 됐다. 이에 올해부터 LnL에도 상벌점제가 도입된다. LnL의 핵심 이념인 자율성을 철회한다는 의미가 아닌, 더 효율적인 학생 생활 지도와 공동체 영위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앞으로의 LnL=LnL은 서울대에 적합한 RC로 정착할 때까지 시범 사업의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최정권 단장은 “서울대형 RC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를 배양하는 것이 LnL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월 4일 열린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유홍림 총장이 다양한 형태의 LnL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대학신문』 2024년 1월 8일 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 LnL의 궁극적인 목표다. 공간 확보나 교육 프로그램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지만, 1년간 LnL 시범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LnL에 참여하는 신입생이 162명이 늘어, 총 410명의 신입생 멘티가 LnL에 거주한다. 이들이 만들어나갈 LnL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다양한 시선이 교차되는 시점이다.

 

사진: 최수지 기자 

susie200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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