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노동3권 잔혹사 ①

 

사람이 숨 쉬는 모든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노동이 있다. 그렇다면 그 노동의 가치는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로 말미암아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조에는 빨갱이, 파업에는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노동자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행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파업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네 편의 연재에서 파업권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사회 속 노동3권의 단면과 나아갈 길을 그렸다. 첫 번째 연재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것이 불법 파업으로 규정되는지 그 현황을 파헤쳤다.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이렇게 발언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파업과 윤석열 대통령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파업은 같은 것일까? 파업의 적법성 여부에 따라 노동자들은 막대한 손해배상금액을 감당해야 할 수도, 혹은 실형을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럼 합법적인 파업은 어떻게 정의되는지 살펴보자. 

 

불법파업의 의미는 무엇이며 합법적인 파업을 하려면 어떤 법을 지켜야 할까?

노동3권을 보장하고자 제정된 법률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으로, 노동조합(노조)의 조직부터 노사간의 교섭과 조정, 그리고 쟁의행위까지 노조의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는 “파업에 대해 추상적으로 불법 여부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 사법 구조는 구체적인 청구나 기소가 있을 때 해당 내용을 판결하는 방식으로, 노조의 파업에 관한 민·형사상 소송이 시작되고 해당 파업이 노조법에 의거해 적법한지를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때 노조법에는 불법파업이란 무엇이라고 직접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다. 다만 노조법 3, 4조에 따라, 파업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특정 형사상 불법행위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을 때의 면책 규정만 명시돼 있다. 이에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신수정 연구원은 “불법파업은 판례에 의해 만들어진 말”이라고 정리한다. 파업의 정당성은 △주체 △절차 △목적 △방법의 네 가지 요건을 중심으로 판단되며, 노조법에 의거하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주체: 파업을 할 수 있는 '근로자' 되기

파업을 할 수 있는 주체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조직한 노동조합으로, 대상은 노조법상 사용자와 사용자단체로 한정된다. 이에 따라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노동자로 구성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받은 노조에 한해 사용자와 교섭하거나 파업을 개시할 정당성이 인정된다. 

특히 근로자성은 판례에 의해 더욱 협소하게 구성돼 왔다. 공공운수노조법률원 조연민 변호사는 “파업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조직한 노조만 할 수 있는데, 판례상으로는 노조법상 근로자보다 그 범위가 훨씬 좁은 근로기준법(근기법)상 근로자의 정의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 예가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등과 같이 고용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해 임금이 아닌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법무법인 여는 하태승 변호사는 “학습지 교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2005년 대법원 판결이 2018년에 뒤집히며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점차 확대되는 중”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법령과 판례가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 변호사 또한 “노조법상 근로자로 근로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해석이 모호한 지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대상에게 노동3권을 행사하는지도 문제의 소지가 된다. 조경배 교수(순천향대 법학과)는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여야 한다는 조항을 법원이 해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실질적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경우 사용자로 간주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라고 해석했다. 노조법이 인정하는 사용자가 아닌 대상에게 행사하는 노동3권은 정당한 행사가 아니게 된다.

대표적으로,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하청노동자는 그간 여러 차례 노동3권의 행사 대상에 관한 법적 논란을 마주해 왔다. 2005년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이들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재판부는 하청노동자가 원청의 통제 아래 작업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명시적 근로계약을 하청업체와 체결하고 있다는 이유로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점차 하청노동자를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고는 있지만 산업마다 생산 방식이 달라 판례가 동일하게 확장 적용되기는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조경배 교수 또한 “판례와 무관하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없이는 원청을 대상으로 하는 하청노조의 노동3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노동자가 조직한 노조만이,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용자에 대해서만 파업을 개시할 수 있다.

 

절차: 한 걸음씩 '천릿길' 가기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니만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 필히 거쳐야 하는 절차가 존재한다. 노조법 제41조와 제45조에 따르면, 노조는 노사 간의 교섭이 결렬돼 노동위원회 등의 조정 및 중재 절차를 거쳤음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투표를 거쳐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만 파업을 개시할 수 있다.

절차의 정당성이 쟁점이 됐던 사례로는 1998년 만도기계 노조 파업이 있다. 김기덕 변호사는 “지속적인 임금 체불로 인해 조합원들이 압도적인 참여율로 파업에 돌입했는데, 200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는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 파업으로 규정됐다”라고 부연했다. 2013년 철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가 끝나기 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것 또한 유사한 쟁점에 걸린 바 있다.

최근에는 절차 위반으로 인해 파업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기덕 변호사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규제가 있다”라며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소요될 경우 파업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목적: 파업의 '정당한' 이유 찾기

파업의 목적도 노조법에 부합해야 한다. 하태승 변호사는 “헌법에서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한 것과 더불어, 노조법에 따라 파업의 목적은 노사 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된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법률원 장석우 변호사 또한 “근로자의 파업이 형사상 불법행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법리에서 발생한다. 근로조건의 개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줄곧 판시돼 온 대표적 사례가 정리해고다. 하태승 변호사는 “법원은 정리해고를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관한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도 될 수 없고, 이에 대항하기 위한 파업은 특별한 사정 없이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2009년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반대했던 쌍용차 파업에 관한 소송에 참여한 금속노조법률원 장석우 변호사는 “당시 사측에서 직원의 3분의 1 정도를 해고하겠다고 했다”라며 “1, 2심은 정리해고가 근로조건의 향상이 아닌 경영자의 결정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막대한 손해배상을 선고했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합법적인 파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임금 인상이나 복지 후생 등 근로조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돼야 한다.

 

방법: 회사에 '피해' 안 주고 파업하기

 주체와 절차, 목적이 적법하더라도, 그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뤄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법파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법무법인 창조 이용우 변호사는 “단순 파업에 대해서조차 사용자에게 전격적이고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업무방해죄를 들어 형사상 책임을 물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파업 양태 중 흔히 엿볼 수 있는 직장점거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당성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 신수정 연구원은 “법리가 원래 일하고 있던 기존의 근로자조차 막는 전면적이고 배타적인 점거는 인정하지 않고 부분적, 병존적 점거만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2011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 소송을 대리했던 김기덕 변호사는 “사측에서 파업 인원으로 공백이 생긴 자리에 대체 인력을 투입해 그 효과가 미약해지자 노조 측은 생산 라인 하나를 쇠사슬로 묶고 현장에 상주하며 가동을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전면적 점거는 아니어도 라인 하나를 점거한 것이 전체 생산을 중단시키는 배타적 점거에 해당해 불법적인 직장점거로 간주됐다”라고 해설했다.

파업 과정에서 폭력 또는 손괴 행위가 발생하면 판단이 비교적 명확해진다. 김기덕 변호사는 “2011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 파업의 경우 저지 과정에서 발생한 사측과 노조 간 몸싸움이 폭력행위에 해당해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라고 짚었다. 하태승 변호사는 “2019년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가 본사 관내 보도블록 위에 승합차를 주차해 보도블록이 손상됐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이 청구됐다”라며 “기물파손에 관해 손해배상을 하라는 기업의 요구가 잦은데,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소송이 청구될뿐더러 사실관계 파악 자체도 쉽지 않아 복잡하다”라고 분석했다.

 

수세에 몰린 노동자가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기에, 현행 노조법상 적법한 파업은 수많은 조건으로 인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인정받기까지 상당히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단체행동권을 현재의 노조법과 판례법리가 제대로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두 번째 연재에서는 현행 판례에서 노조법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이것이 노동3권 보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 김무성 편집기자 dannykim01k@snu.ac.kr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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