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노동3권 잔혹사 ④

사람이 숨 쉬는 모든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노동이 있다. 그렇다면 그 노동의 가치는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로 말미암아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조에는 빨갱이, 파업에는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노동자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행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파업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네 편의 연재에서 파업권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사회 속 노동3권의 단면과 나아갈 길을 그린다. 네 번째 연재에서는 2023년 현재 노동3권의 현주소를 짚고, 이를 진단함과 함께 ‘노동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논해보고자 한다.

지난 1일(월)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노동자 한 명이 노조활동을 업무방해 및 공갈로 매도한 정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했다. 집권 초기부터 소위  ‘노조 부패 척결’을 기조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를 집중 압수수색하고 일부 사례를 확대해석해 노조를 ‘건폭’(건설현장 폭력) 세력으로 몰아갔다. 간첩단 사건을 수색하겠다며 전국교직원노조와 금속노조를 수사 물망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노조의 불법행위를 단죄하겠다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노조 때리기에 노동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2023년, 우리의 노동3권은 안녕한가.

 

윤석열 정부의 ‘불법’ 때려잡기?

◇화물연대, 정부의 표적이 되다=지난해 11월 있었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노동권을 편협하게 인식하는 현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6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합의했던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끊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화물연대에 운송 업무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불법의 근거는=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본 근거는, 운송 노동자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일 뿐 노동자가 아니며 화물연대가 노동조합(노조)으로 법적 인정을 받은 집단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집단운송거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명분이 마땅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신문』 2023년 5월 8일 자), 노조의 합법성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는 현행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신수정 연구원은 “2017년을 기점으로 공무원 노조는 물론 대표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간주되는 택배 노조, 대리운전노조 등이 노조 설립 교부증을 받으며 근로자성이 확대되기 시작했다”라며 “반면 지금은 화물연대의 근로자성이 다시 부정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조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현행법을 보면,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신고 교부증을 발급받은 노조만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받는다. 화물연대 파업 때도 고용노동부는 화물연대가 교부증을 발급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이광택 한국 협회장은 애초에 사법 판단을 정부가 내리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으며 (『대학신문』 2023년 5월 15일 자) 조경배 교수(순천향대 법학과) 또한 “노조의 설립 신고 의무는 있어야 할지 몰라도, 노조냐 아니냐는 나중에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짚었다. 

◇업무개시명령으로까지 치닫다=아울러 정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산업‧경제계의 피해가 이례적이고 위중해 물류 정상화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판단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이 실제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는지는 의문이다. 공공운수노조법률원 조연민 변호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파업이 건설업의 위기를 가져온다며 둔촌주공의 재개발 지역 시공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공익이라기보다 사익에 가까운 이유”라고 짚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제성 연구원도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0월 정유공장 파업 때문에 사람들이 출퇴근도, 병원 방문도 못 했다”라면서 “그런 경우라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겠지만, 화물·운송 노동자 파업은 물건이 안 움직이는 것이지 사람이 못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기차 등을 활용해 운송을 대체할 수도 있다”라며 “우리나라처럼 운송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업무 복귀를 요구하는 경우는 프랑스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노동을 강제할 사안도, 사회 재난도 아냐=무엇보다 정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운송 업무에 복귀할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강제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수정 연구원은 “업무개시명령은 국가가 개인의 노동을 강제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으며, 조경배 교수는 “공무원이 일을 하지 않으면 국가와의 근로계약 위반이니 관련된 처벌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형벌을 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조연민 변호사 또한 “ILO 기본협약 29호에 따르면 강제노동은 오직 전시나 천재지변 등 공동체 인구의 일부나 전부의 생명에 지장을 줄 경우 허용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라며 “화물연대 파업은 국민의 생명에 위협이 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 같은 성격의 ‘사회 재난’으로 규정함은 물론 사상 최초로 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하며 논점을 흐렸다.

 

누구를 위한 노동개혁인가

◇윤 정부의 노동개혁 내용은=업무개시명령은 윤 정부가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강조한 ‘노동개혁’의 예고편 정도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 2월 노동개혁의 3대 핵심과제로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확대 △노동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 △산업 현장에서의 노사 법치 확립을 내세웠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공정성과 유연성을 아우르는 노동개혁의 핵심 기조로 노사법치주의를 내세우며 노조의 고용 세습 근절과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을 추진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불법이나 부당한 관행에 엄정하게 대응해 산업 현장에 법 준수 관행을 확고히 정착하겠다는 것”이라며 노사법치주의로 산업 현장에 있는 모두의 권익을 지켜나가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행보는 노동자들의 권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노사법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치 않겠다?=우선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검토는 사실상 법치를 가장한 강압으로 이뤄졌다. 정부의 회계장부 제출 요구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회계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은 노조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 조사를 감행했다. 투명한 회계 관리는 노조의 법적 의무라는 것이 명분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달간 건설노조를 향한 전례 없는 압수수색이 있었으며, 지난달에는 금속노조를 대상으로 한 행정조사도 이뤄졌다. 더불어 지난 23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회계 공시를 한 노조에만 조합비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법률원 장석우 변호사는 “지금껏 노조의 회계 조항이 문제 된 사례도 없었고 회계 자료 전체를 제출하라는 판단도 거의 없었다”라며 “특별한 사안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회계 서류를 요구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세액 공제를 안 해준다는 정부의 협박성 감사는 노조의 권리에 대한 엄청난 침해”라고 전했다. 조경배 교수 또한 이에 관해 “노조가 알아서 관리할 일이지, 정부가 노조 회계 장부를 조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노동3권 약화시키는 제도=또한 노동계를 개혁하기보다 노동3권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제도들도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다. 일례로 노동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명시된 ‘부분근로자대표제’는 노동자의 교섭권과 파업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노조가 없는 대신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인 근로자대표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부분근로자대표제란 사업장 내 근로 형태나 직무의 특성 등에 따라 근로시간 등을 다르게 정할 필요가 있는 특정한 직종·직군 단위의 근로자들의 이해관계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뿐만 아니라 부분근로자대표까지 뽑는 제도다. 박제성 연구원은 “같은 회사라도 사무직, 현장직 등 직종별로 다른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부분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한 회사 안에 생산직이 700명, 사무직이 300명이 있는데, 노조가 생산직 600명으로만 조직된 경우 사무직의 이해관계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도 사무직의 임금을 좌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출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근로자대표제의 도입이 기대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분근로자대표는 부분근로자 전체의 과반수 동의만 얻으면 선출이 가능하기에, 사측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박 연구원은 “근로자의 대표는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돼야 하는데, 부분근로자대표제로 선출된 대표가 근로자 전반의 이해를 정말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일지 아닐지 장담할 수 없다”라며 “결국은 부분근로자대표의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인데, 이럴 때는 견제권으로서의 파업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부분근로자대표가 사용자 측과 한 결정은 노조와 한 결정이 아니므로, 후에 해당 결정이 불합리하다 판단돼도 현행법만으로는 파업이 불가하다”라며 보완책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부분대표제 도입이 겉으로만 노동자 대표성을 높이고 파업권에 위협이 되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제안한 직무성과급제도 역시 노동자의 협상력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다. 직무성과급제도의 도입에 따라 노동자 개개인이 사용자와 협상을 진행한다면, 노조와 사용자의 입장에서 협상했던 기존보다 노동자가 더욱 을의 입장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는 “직무성과급제도로 인해 성과 연봉 계약을 노동자 개별로 체결하게 된다면, 임금 지급에 있어 사용자가 협상 주도권과 결정력을 갖게 된다”라며 “따라서 직무성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등의 정부 제안은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법치주의도, 개혁도 아니다=결국 정부의 행보는 노사법치주의를 명분 삼아 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노조 때리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이외에도 정부는 노조 회계 감사 범위 확대, 노조에 대한 보조금 제한, 고용·해고·이직 유연화 등 입맛에 맞는 법은 활발히 도입을 검토하는 반면, 특수고용근로노동자와 플랫폼 노동과 같이 최근 증가한 새로운 노동의 형태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박제성 연구원은 “정부가 주창하는 노사법치주의는 오히려 법치와 반대”라며 “법치주의라면 신조차도 자기가 만든 법칙을 존중해야 하지만 현 정부는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법인 창조 이용우 변호사는 정부가 정작 노동자의 보호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법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노조를 제약하는 법은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원희룡 장관이 화물연대 사안과 관련해 안전운임제를 지속 운영한다고 합의했는데, 합의서 계약도 지키지 않으면서 법치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전하며 “법치라는 말은 정부에게 노동자 탄압의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장석우 변호사 또한 “윤 정부가 말하는 법치란 시민에게 정부가 해석하는 대로 법을 지키라는 왜곡된 준법에 가깝다”라고 평했다.

 

노동3권이 직면한 도전 극복하려면

◇결국은 노사자치주의로 가야=이렇듯 노조와 노동자를 단속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정부의 기조라면 건강한 노사 관계도, 노동3권도 확립될 수 없다. 무엇보다 취재원들은 사법화는 개별 노동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며, 노사관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노사자치주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경배 교수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분야는 최저임금제와 같이 개별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라면서 “다만 집단적인 노동관계는 노동자의 아주 자주적인 영역이므로 가능한 한 법이 없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광택 협회장은 “노조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개별 노동자에 대한 보호법은 강화하되, 노조 자체를 규제하는 법은 오히려 완화해 노사자치주의로 가야 한다”라고 정리했다. 신수정 연구원 또한 “결국은 노사 간의 교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노사자치주의는 외국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선교섭 후파업’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결정적인 때에만 파업할 수 있도록 그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한 대신 교섭권을 강화해 노사 간의 갈등을 노사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이광택 협회장은 “독일은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노동사와 사용자가 반반씩 감독이사회에 들어가고, 그렇게 구성된 감독이사회에서 경영자를 선임하고 감독한다”라며 “그 덕에 노동자는 경영권과 인사계획 등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파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굳이 노동위원회까지 가지 않고도 사적 조정 제도로 민간 영역에서 교섭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노사 자치의 문화가 아직 국내에서는 형성되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프랑스, 비슷한 만큼 다른=한편 ‘선파업 후교섭’이 원칙인 프랑스는 공동결정제도와 같이 교섭 단계의 법제화가 발전된 편은 아니지만, 그런 만큼 파업권을 상대적으로 넓게 보장해 노사의 협상을 유도한다. 박제성 연구원은 “프랑스는 파업권을 헌법상·판례상 노동자 개인의 권리로 본다”라며 “파업의 주체를 노조로 한정한 우리나라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노조 조직률이 우리나라처럼 10%대에 불과함에도 파업률이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어 그는 “교섭을 하지 않고도 파업이 합법 행위로 인정받는 것은 노동권 쟁취의 역사와 연관이 있다”라며 “연역적으로 보면 산업화 이후 노동쟁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노동자의 파업권을 먼저 인정한 뒤에 노조의 존재가 합법화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한 후 노사 간 교섭을 시도하는 수순이 자연스럽다고 인식됐으며, 이 관행이 법적으로도 인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박제성 연구원은 “프랑스는 사용자가 아주 권위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기나긴 노동권 쟁취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노동에 대한 전 사회적 인정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라고 비교했다.

이처럼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노동3권의 보호를 바탕으로 한 노사자치주의는 대화를 통해 노사 관계의 원만한 회복을 도울 수 있다. 한국의 노동체제를 연구한 한국노동연구원 장홍근 연구원은 한국 사회에서도 노사자치주의를 기반으로 사회적 대화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원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존중하는 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지금 정부가 하듯 전문가끼리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 노사 문제에 일괄 적용하는 식으로는 해법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이렇듯 대화를 우선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면 표면적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효율성이 저하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 시장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데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움직임 ①: 노란봉투법=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고안된 제도로는 노란봉투법과 대상조치가 있다. 노란봉투법은 협소하게 규정된 파업 및 쟁의행위의 대상과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로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 개념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을 말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돼 지난 24일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법무법인 여는의 하태승 변호사는 “구체적으로는 노란봉투법을 통해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로써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라면 노조법상 노동자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경배 교수는 “불법파업에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제3조에 있는 손해배상의 면책 조항을 손봄으로써 사법부의 판단이 아닌 법 도입으로써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현행 노조법과 노란봉투법 주요 내용 비교.
현행 노조법과 노란봉투법 주요 내용 비교.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움직임 ②: 대상조치=ILO 산하 결사의자유위원회에서 제안된 대상조치도 해결책으로 고려된다. 이상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 교수의 2016년 논문 「파업권의 제한과 대상조치에 대한 검토」에 따르면 대상조치는 ‘필수유지업무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파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경우,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를 대신해 이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 및 교원의 경우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대신 직권중재가 대상조치로서 적용되고 있다. 조연민 변호사는 “대상조치란 파업권의 제한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알선·조정·중재와 같은 절차를 두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ILO 비준이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조치는 현행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당장 업무개시명령만 봐도 대상조치 마련은커녕 파업권을 더욱 제한하는 식의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결국 인식의 문제에서 출발=그럼에도 노란봉투법과 대상조치의 도입만으로는 노동3권이 협소하게 보장되는 현실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노조법의 전면적인 개폐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만연한 상황에서 (『대학신문』 2023년 5월 15일 자) 근본적으로는 노동3권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때 제도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장홍근 연구원은 “노동 존중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그 가치가 인정받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숙제”라고 짚었으며 신수정 연구원은 “우리는 다 노동자라는 인식이 국민 정서로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박제성 연구원은 “민주주의 사회라면 다양한 원리가 사회 내에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 충돌까지도 인정해야 한다”라며 “민주주의 관점에서라면, 사회에 반대의 목소리를 제출하는 파업과 노조에 대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인식의 변화는 결국 교육에서 출발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박성식 정책국장은 “학교에서 노동 인권을 열심히 가르치고 노사교섭과 파업까지 실습하는 문화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교육과정은 노동인권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꼬집으며 이것이 파업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고착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신수정 연구원도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법을 가르쳐야 한다”라며 “프랑스는 유치원 아이들의 교습 자료로 파업 등 노동권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고,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라고 소개했다. 궁극적으로는 파업을 중립적으로 다루는 식의 교육이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언이다.

◇언론의 역할=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언론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장석우 변호사는 “결국 파업을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부정적 인식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언론에서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파업의 이유를 조명하면 결국 파업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장 변호사는 “스웨덴에서는 판사들도 파업을 하고, 프랑스에서도 연금 개혁 때문에 상당히 과격한 형태의 파업이 이뤄진다”라며 “이런 외국의 모습을 언론에서 보도해준다면, 한국의 억압적 현실이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박제성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언론은 보도에서 파업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한다”라며 “첫 인터뷰를 파업을 규탄하는 정부와 하는 등의 보도 방식은 부정적 인식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우려하며, 더욱 균형 감각을 가진 기사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업권이 없는 단체 협약은 집단적 구걸 행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독일 연방 노동법원의 판결문 일부다. 조경배 교수는 “파업권이 있어야 사용자가 노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라며 “파업권이 없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이 노예처럼 산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권리 향상은 결국 협상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기에, 사용자와의 대화와 타협은 파업권 없이 수평적으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파업은 그저 소란스럽고 불편한 사회 반동적 행위가 아니다. 파업권이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근로 조건과 사용자와의 갈등을 마주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 누구에게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노동3권의 실태를 돌아보며, 우리 스스로의 노동자성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파업권은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본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1: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지면 편집: 김무성 편집기자 dannykim01k@snu.ac.kr 

삽화·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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