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노동3권 잔혹사 ②

사람이 숨 쉬는 모든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노동이 있다. 그렇다면 그 노동의 가치는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로 말미암아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조에는 빨갱이, 파업에는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노동자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행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파업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네 편의 연재에서 파업권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사회 속 노동3권의 단면과 나아갈 길을 그린다. 두 번째 연재에서는 파업 후 맞닥뜨릴 수 있는 법적 책임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는다.

지난 연재에서는 노조법이 규정하는 파업의 주체, 절차, 목적, 방법의 정당성이라는 금이 얼마나 얇고 협소한지 살펴봤다. 이제 그 금을 밟아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을 마주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원인을 돌아본다. 불법 행위로 인한 형사 책임과 천문학적 금액의 민사 책임, 그리고 이것의 시작인 노조법이다.

 

파업의 의미를 부정하는 업무방해죄

◇파업은 곧 업무방해?=파업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함으로써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본권에 명시된 권리다. 그러나 업무방해죄의 성립 요건인 ‘위력’에 노동조합(노조)의 파업이 해당한다고 전제하는 법리 탓에 이는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금속노조법률원 장석우 변호사는 “법리 자체가 일단 파업을 업무 방해로 본 뒤에 각 파업과 여기에 수반된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평가해 면책을 결정한다”라며 “사측이나 수사기관에서 파업 자체를 업무 방해로 여기는 시선은 여전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이 위력을 구성하는 요소에 제한을 두면서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은 약간의 숨통이 튼 듯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비로소 그 파업이 위력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장석우 변호사는 “일단 노조가 파업을 언제 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그것이 사용자한테 손해를 많이 끼치지 않는 파업이라면 업무방해로 처벌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멋대로 적용하기=그러나 전격성과 막대한 손해라는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앞서 언급된 2011년의 같은 판결에서도 “과연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다”라며 반대의견이 있었다. 법무법인 창조 이용우 변호사 또한 “100만큼의 손해를 끼치는 것은 되고 101만큼을 끼치는 것은 너무 막대해서 안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은 전격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 혐의가 인정됐다.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신수정 연구원은 “당시 26차 교섭까지 진행됐기에 예측 가능성이 없을 수가 없다”라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파업은 다 예측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광택 한국 협회장은 “형사 처벌에 대한 면책 조항인 노조법 4조는 파업에 수반된 폭력이 어느 정도인지나 그것이 개인의 일탈행위인지를 따져볼 때 사용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업무방해죄인가 강제노역인가=이에 노조의 단순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파업의 본질과도 충돌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용우 변호사는 “쟁의행위의 가장 보편적인 행위가 파업, 즉 일손을 놓는 것인데 이를 갑자기 놓았다고 해서, 또 그 손해가 막대하다고 해서 형사처벌하는 것은 파업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조경배 교수(순천향대 법학과) 또한 “파업은 업무방해죄와 같이 매우 포괄적인 법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법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된 파업이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나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지만 현행 법리에서는 업무방해죄가 파업에 무리하게 적용돼 합법적인 파업까지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단순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신수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업무방해죄는 1800년대 산업혁명 시절 프랑스에서 다중이 공장을 점거하는 등의 파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 기원한다”라며 “당시 비슷한 법이 제정됐던 국가들에서는 파업에 대한 법리가 발전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파업권 침해라는 이유로 규제가 완화됐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런 판례법리는 과도한 노동3권의 제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는 업무방해죄에 합헌 결론을 내렸지만 일부 위헌 의견에서는 “근로자들은 단순파업에 나아가는 경우에도 항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므로, 이는 그 자체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다. 조경배 교수 또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적 관점으로 봐도 사실상 근로계약에서의 채무 불이행이지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라며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데 일을 하지 않았다고 형벌을 가하는 것은 강제노역이다”라고 개탄했다.

두 번 죽이는 일: 손해배상과 가압류

◇무덤까지 따라오는 손배=형사 책임과 별개로 따라오는 민사 책임인 손해배상(손배)과 가압류는 대체로 노동자가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노동자를 두 번 죽인다. 장석우 변호사는 “심지어 이는 불법 행위에 따른 채무이기 때문에 파산을 해도 면책되지 않고 자녀에게 상속될 수도 있다”라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빚의 굴레가 씌워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하지만 해당 파업이 적법해 손배 책임을 면했더라도 불법 행위에 대한 손배는 다른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파업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손배 책임이 발생하는 것 외에 함께 수반되는 재물 손괴나 폭력행위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사용자가 유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장석우 변호사는 “처음부터 폭력 및 손괴를 일부러 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시위에서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는 것처럼 진압 세력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폭력이나 손괴는 누가 무슨 행위를 저질렀는지 판별하기 쉽지 않은데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손배의 대원칙 탓에 노동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쌍용차 노조 파업만 봐도 정신없이 맞고 있는 와중에 자신을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특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쌍용차 파업을 진압했던 경찰의 3개월치 입원비도 하나의 항목으로 청구됐는데, 알고 보니 노조 측과는 무관하게 혼자 넘어져 깁스한 것이었다”라며 “자신들은 진술서로 입증했으니 알아서 반박해보라는 태도는 물론, 청구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손배를 청구하는 탓에 노동자들은 궁지에 몰린다”라고 분개했다. 

손배를 청구할 대상을 결정할 때는 어떨까. 법무법인 여는 하태승 변호사는 “손배를 청구할 때는 노조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간부나 조합원 등 개인까지 대상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그 이유는 간단하다”라며 “하나라도 청구 대상에 더 넣어야 손배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늘면서 동시에 노조와 조합원들을 옥죌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민주노총법률원 정기호 원장은 “노조는 제외하고 조합원에게만 민사 책임을 묻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라며 “현대차의 경우 비정규직 노조 자체와 그 핵심 활동가에게 먼저 소송을 걸고 그 다음 대의원과 전현직 간부들에게 순차적으로 책임을 물었는데 이는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부를 수 있는 양껏 손배액을 부르는 사용자 탓에 노동자는 청구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피폐해진다. 쌍용차는 금속노조 외에도 조합원 개개인에게 약 100억 원의 손배를 청구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5명의 조합원 간부들에게 약 470억 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너만 빼줄게, 손배=여기에 더해지는 부진정연대책임은 노조를 와해시킬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장석우 변호사는 “이는 각 조합원이 1/100씩 또는 1/1,000씩 1/10,000씩 잘못을 했어도, 일단 파업을 주도했으면 발생한 손해에 노조가 어떻게든 기여했다고 보고 사측은 손배액 전체를 청구한 뒤 내부적으로 알아서 분담해 배상하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사측은 노조를 탈퇴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밀며 이에 응하는 노조원에게는 소를 취하해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하기 쉽다. 정기호 원장은 “현대차 하청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현대차의 불법파견 혐의가 인정됐지만, 이에 반발한 현대차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파업으로 노조에게 어마어마한 손배를 청구했다”라며 “이후 현대차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한 노조원들에 한해 손배 소송을 선별적으로 취하해주겠다고 대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노조원들이 이에 응하며 노조를 탈퇴하는 등의 결과가 초래된 것은 물론 끝까지 소를 취하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그 금액을 다 부담하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가압류만으로도 미션 컴플리트=노조 와해의 목적은 본격적인 소송 전에 이뤄지는 가압류 단계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용우 변호사는 “가압류 제도 자체는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가기 전 재산을 묶어두는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소송에서 정확한 판결이 나지 않은 시점에 노동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사용자의 무기로 기능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압류만 해놓고 소송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라며 “가압류만으로도 조합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재산권 행사가 불가해져 가정까지 파탄나는 경우가 허다하니 사용자는 굳이 소송까지 할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장석우 변호사는 “사용자는 소송을 실질적 피해 보상을 받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라고 분석했다. 정기호 원장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손배 소송은 결국 노조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사용자는 이를 어용노조를 키우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한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노조가 스스로 위축되는 것을 학습하는 효과가 상당하다”라고 진단했다. 

◇악질적인 손배 봉쇄하기=이에 손배 소송에 소권 남용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란봉투법 제정운동본부가 노조법 3조 개정안에 ‘사용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근로자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으로 소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정운동본부의 일원인 하태승 변호사는 “소권 남용은 필요한 법리”라며 “어마어마한 손배를 청구한 뒤 사측이 제시하는 조건을 수용한 노조원의 소를 취하해주는 것처럼 그 목적이 명확한 소송은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이런 측면이 재판부에서 쉽게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용우 변호사는 “사용자가 실질적인 피해 보전의 목적보다는 노동3권 행사를 위축시키거나 봉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손배 소송을 활용한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단결권 잡는 노조법

◇기 못 펴는 노동3권=이렇듯 노동자의 파업이 마주한 혹독한 현실 뒤에는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노조법이 자리하고 있다. 이용우 변호사는 “하위 법률인 노조법이 상위 법률인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구체화해 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어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헌법의 대전제와 괴리감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 또한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규율하기 위한 법률이 노조법인데 지금은 노조법의 구체적 조항들이 사실상 노조 자체를 규제하는 법률로 돼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고=우선 노동3권의 시작점인 단결권은 노조법 제2조와 그 해석에 의한 근로자 개념 정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수정 연구원은 “판례에서 노조법상 근로자를 근로기준법(근기법)상 근로자의 개념으로 소급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오래 이어져 왔다”라고 지적했다. 노조법상 근로자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되는 것과 달리, 근기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자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돼 실질적 근로계약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따라 배달 기사나 학습지 교사와 같이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사업자 간 계약을 맺어 노무를 제공하는 방식의 노동자가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된다. 공공운수노조법률원 조연민 변호사는 “근로자성과 사업자성이 공존하는 경우 이들을 말하자면 ‘사장님’으로 간주하고, 포장해서 특수형태고용종사자로 명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배달 기사나 운송 노동자의 경우 같은 업종 간에도 자율성의 정도가 달라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라고 덧붙였다. 조경배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일어난 화물연대의 파업을 거듭 불법으로 낙인찍은 것 또한 이들을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라고 해설했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화물연대는 다양한 형태의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있어 일률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라는 보도 자료를 낸 바 있다. 이광택 협회장은 “근로자와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정부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근로자성의 해석은 점차 근기법이 아닌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는 여전히 단결권의 가장 어두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용우 변호사는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근로자의 지위를 갖는지에 대한 갑론을박 속에서 이들이 결성한 노조의 파업이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광택 협회장은 “한국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이를 노동자의 자유에 맡기겠다는 취지의 ILO 제87호, 제98호 협약을 2021년 비준했고, 지난해부터 법적 효력이 발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제 노조법에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화의 길이 막힌 노사관계

◇사용자가 아니라는 핑계=노조법에 규정된 ‘사용자’와 ‘사용자단체’의 정의에 따라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용자 정의가 협소하게 규정됨에 따라 사용자가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거나,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도 무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형상 사용자의 형식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주로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하태승 변호사는 “대법원은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 근로계약의 당사자 혹은 이에 준하는 묵시적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자로 국한해 해석하고 있다”라고 해설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실질 사용자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하청업체는 노조가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자신들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처럼 원청이 교섭을 거부한다고 해도 노조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부당노동행위로 적용이 잘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탄식했다. 한편 정기호 원장은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대화의 창구 자체가 차단되고 해당 교섭은 실효성이 없어진다”라고 우려했다. 조경배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자가 하청업체와 같은 3자를 매개로 간접 고용을 계약하는 방식은, 노동자의 노무는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취하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하청노동자를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일부 판례를 넘어, 근본적으로는 노조법의 개정을 통해 사용자 범위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우 변호사는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져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면, 하청노조의 파업이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될 수 있을뿐더러, 애당초 파업까지 가지 않고 교섭이나 조정 등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수월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판례 하나만으로 법리가 바뀌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김기덕 변호사는 “2010년 현대자동차의 하청노동자를 원청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같은 생산 라인에서 조립, 생산 등 일괄적 통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일 뿐, 개별화된 작업을 하는 조선사업소 등은 사안이 다르다”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조경배 교수는 이에 “입법적으로 사용자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하태승 변호사는 “사용자의 정의를 개정해 단체교섭권, 나아가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변호사 또한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대상으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하청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의 탄압을 축소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단체교섭 자체가 성립된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제도적 문제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소수노조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제한하기도 한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복수노조 간에 대표노조를 결정하거나 교섭대표단을 만들어 교섭하도록 규정하는 방식으로, 사측이 복수노조의 단일화 절차를 비롯한 교섭까지의 절차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이 과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직후였던 2012년 1월 삼성그룹이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조의 교섭 요구부터 개시까지 친사노조 활용시 최대 137일 소요 가능”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경배 교수는 “노조법의 구조가 교섭을 비롯한 노조의 활동을 봉쇄하기 위한 구조로 돼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교섭 자체에서 소외되는 노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태승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돼 결과적으로 그 노조만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된다”라며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조는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도,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통해 의견을 관철할 방법을 찾을 수도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공격적 직장폐쇄, 사실상 파업 질질 끌기=직장폐쇄는 노조법에 규정된 사용자의 정당한 대항 수단으로, 쟁의행위에 의한 압력을 저지하고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사용될 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직장폐쇄가 사측에 유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정당한 대항 수단 이상으로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광택 협회장은 “일례로 상신브레이크 노조 관련 소송에서 노조가 직장폐쇄가 이뤄진 다음 날부터 사측에 근로복귀 및 파업 중단 의사를 명확히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수용하기 어려운 선결조건만을 제시하면서 직장폐쇄를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이는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근본 없는 노조법, 근본 찾을 때

◇규제투성이 노조법, 결국은 축소돼야=하지만 노조법의 일부 개정은 땜질 처방에 불과할 뿐, 결국 노조법 자체를 전면적으로 개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경배 교수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과정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규정해 놓은 것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든다”라며 “현행 노조법은 사실상 노조를 탄압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노조법 안에서 노동자의 활동 범위를 늘리는 것으로는 숨통을 조금 열어둔 정도밖에 될 수 없다”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단일 근로자의 결근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데, 결국 단일 근로자의 집합인 노조의 노무제공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임금 미지급을 넘어 국가 기관인 사법부에 의한 처벌이 가해진다”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이광택 교수 또한 “파업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강제노동이나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강제노동과 관련된 ILO 협약 중 파업 참가 제재 등을 불허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105호는 비준하지 않았다”라며 “이를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회원국 중 통가, 동티모르 등 9개국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장석우 변호사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은 일종의 박제된 기본권”이라고 평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노동3권=노동3권의 존재 목적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기호 원장은 “궁극적인 목적은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단체행동권이 있어야 단결할 수 있고, 그렇기에 단체행동권 없이는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단순히 노조를 만들 자유를 넘어, 노동자가 단결해서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가장 큰 과제”라고 피력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궁극적으로는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을 보장해야 노동자가 자기의 권리 향상을 위해 교섭도 할 수 있고, 근로조건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업권의 존재 자체가 교섭권과 직결되고, 곧 파업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사용자가 교섭에 성실히 응할 의무도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하태승 변호사는 “교섭은 파업의 전제가 될 수밖에 없고, 동시에 교섭에 실패했을 때 남는 대안이 파업밖에 없기 때문에 두 가지가 맞물려 함께 보장돼야만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노조법의 개폐 논의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일부 개정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논의조차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 번째 연재에서는 노동3권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점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노조법 도입의 역사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살펴본다.

 

 

지면 편집: 김무성 편집기자 dannykim01k@snu.ac.kr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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