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담다

2010년대 중반, 마켓컬리를 시작으로 주요 유통 회사들이 전날 밤 주문한 제품을 다음 날 이른 새벽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며 새벽배송이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택배기사들이 특히 심야시간 배송 중 과로로 숨지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이들의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심야시간대(자정~오전 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하며 새벽배송 금지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새벽배송 서비스가 도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는 빠른 속도로 일상화돼 소비자는 물론 택배 노동자 역시 새벽배송 금지를 반기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옴에 이르렀다. 『대학신문』은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 환경을 위한 사회적 합의 지점을 모색하기 위해, 다소 상반된 입장을 가진 연구자 두 명의 의견을 물었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 새벽배송이라는 ‘퇴행적’ 혁신

이승윤 교수(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당신이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면, 야간 알바를 마치고 돌아와 내일 시험 대비용으로 주문한 에너지드링크와 도시락이 새벽이면 도착해 안도감을 준 적이 있다면, 어제 주문한 물건이 오늘 도착하지 않아 초조했던 적이 있다면,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새벽배송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비극의 방관자가 돼 버렸다.

우리는 언제부터 새벽배송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을까. 불과 5년 전만 해도 익일배송조차 혁신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자정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 7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2024년 5월,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정슬기 씨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개처럼 뛰고 있다”였다. 이 극단적 속도경쟁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쿠팡에서만 2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이 중 17명이 과로사로 추정되거나 인정받았다. 같은 기간 다른 택배사들이 1차, 2차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과로사를 줄여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왜 유독 쿠팡에서만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가.

내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하며 김승섭(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은정(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백승호(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2024년 10월에 진행한 새벽배송 노동자 1,021명 대상 실태조사는 이것이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시스템의 필연적 결과임을 보여준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약 270만원인데 평균노동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면 최저소득보다 조금 높은 약 시간당 12,000원 수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실질 소득은 아니다. 이들은 ‘독립계약자’라는 애매한 지위에 묶여 있다. 임금노동자도 아니고 진정한 자영업자도 아닌 이 회색지대의 노동자들은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 기름값, 보험료를 대부분 자비로 부담한다. 자영업자처럼 모든 비용과 위험을 개인이 떠안으면서도, 정작 업무 내용이나 순서를 변경할 자율성은 거의 없다. 74.3%가 작업 내용을 바꿀 수 없고, 64.0%가 작업 순서조차 변경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는 ‘가짜 자영업자’의 전형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20.7%가 새벽배송을 마치고 곧바로 다른 일터로 출근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에게 새벽배송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이중노동인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새벽배달노동이 스스로 좋아서 선택하는 “자발적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와 같은 프레임은 실은 대안 없는 경쟁시스템에서의 구조적 강제를 은폐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약된 선택’의 전형적 사례다. 형식적 자유는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실질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진정한 선호이자 선택의 결과라 할 수 있을까.

연구 결과, 새벽배송 택배기사가 경험하는 일터의 위험에 대한 의학적 증거는 더욱 명확하다. 새벽배송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 대비 수면장애가 3.3~3.9배, 우울증상 3.2배, 자살 생각 2.4배, 자살 계획은 무려 일반 평균 노동자보다 6.7배 높았다. 국제암연구소가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 역시 과학적 사실이다. 특히 쿠팡식의 ‘연속 고정 야간노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극단적 형태다. 

여기에 알고리즘의 비가시성이 이들의 불안정성을 더한다. 마치 자영업자처럼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이 경험하는 알고리즘의 통제는 이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79.3%의 노동자가 4개 이상의 알고리즘 통제를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작업 내용이나 순서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 배송 마감시간을 어기면 ‘클렌징’이라는 이름으로 물량을 주지 않는, 사실상 해고되는 시스템은 노동자가‘자발적’으로 극단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도록 내몰 수 있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이런 ‘알고리즘적 관리’는 20세기 테일러주의보다 더 정교한 통제 메커니즘이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논쟁을 겪어본 경험이 있다.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 당시를 기억해보자.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와 생산성 하락을 우려했고, 일부 노동자들조차 임금 감소를 걱정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주5일제는 우리 삶의 질을 상당히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내수 경제 활성화와 여가 산업 발전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시간당 생산성은 오히려 향상됐고, 새로운 일자리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창출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논쟁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이 도입될 때, 소비자 불편과 매출 감소를 이유로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재배치된 것뿐이었다. 

현재 민주노총 택배노조에서 제안된 0시부터 5시까지의 초심야 배송 제한은 타협안이다. 이는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시간대의 노동을 제한해 최소한의 수면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일자리가 전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야간 고정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확보하거나 주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특히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회수 같은 부가업무를 전담 인력이 맡게 되면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 실제로 택배노조의 조사에서 분류작업에만 소요되는 하루 평균 3.5시간을 절감하면 배송 제한으로 인한 시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월급제가 아니고 배달건수로 소득이 정해지는 택배기사들이 실질적으로 택배노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노동 강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꼭 새벽에 배달을 받아야 할 경우 좀 더 높은 가격으로 속도에 대한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 

소비자의 권리와 혁신은 노동자의 ‘생명’에 우선시 될 수 없다는 당연한 원칙을 다시 환기해보자. 우리가 받는 새벽배송 상자에는 보이지 않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수면, 건강, 그리고 때로는 생명이다. 새벽배송이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면, 그것을 노동자의 삶과 함께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기업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금지가 답이 아니다 ― 포용적 절차와 과학적 설계가 답이다

윤동열 교수(건국대 경영학과)
윤동열 교수(건국대 경영학과)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둘러싼 논쟁이 노동자 보호 대 생활 편익의 단순 대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의의 더 큰 문제는 과정 그 자체다. 택배 서비스를 논하기 위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의 핵심 당사자인 소비자와 소상공인은 빠져 있다. 지난 6일(목)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 대표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장 조치까지 당했다는 보도는 우리 논의가 얼마나 편향된 출발선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다. 대화는 열려 있어야 사회적 정당성을 얻는다. 문턱을 높인 순간, 결과는 설득력을 잃는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전국 약 10만 명의 기사 중 5천여 명이 가입한 조직이다. 반면 노조에 속하지 않은 기사들 가운데서도 약 6천 명이 연합을 꾸려 의견을 내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회의장 밖에 갇혀 있다. 더구나 소비자단체, 온라인 쇼핑업계, 운수 단체, 수십만 소상공인의 이해는 논의 테이블에 초대받지 못했다. 택배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설문에서는 93%가 새벽배송 중단에 반대했다. 맞벌이․1인 가구․돌봄 가정에게 새벽배송은 편의가 아니라 생존의 시간표라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사회적 대화라는 간판 아래 한쪽의 주장만 확대 재생산된다면, 이는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이해집단 합의에 그친다.

현실적 파급효과도 가볍지 않다. 새벽 콜드체인은 밤사이 피킹, 분류, 상차, 새벽 문전배송으로 이어지는 정밀한 시간 공학이다. 이를 하루아침에 멈추면 재고 회전과 손실률, 도심 혼잡과 가격 구조가 연쇄적으로 요동친다. 낮 시간대에 물량이 몰리면 차량 회전율은 떨어지고 주차, 하역 대기가 길어지며, 민원은 오히려 늘 수 있다. 부담은 가격으로 전가되고, 신선식품 판매망에 기대는 소상공인·농가는 직격탄을 맞는다. 금지의 취지가 건강권 보호라면, 오히려 그늘 속 비공식 야간노동을 키우는 역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건강권을 소홀히 하자는 말이 아니다. 2021년 첫 사회적 대화 기구가 일일 12시간, 주 60시간 상한을 합의하자 업계가 즉시 적용한 선례는 분명한 교훈을 준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의는 현장에 안착한다. 이번에도 원칙과 절충을 함께 세우면 된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규제안인 전면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즉시 전면 중단하는 것이 아닌 단계적 개선이 필요한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야간에 일해야 하는 노동자와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소비자층의 존재를 언급하며 현행처럼 무리한 시간대 노동은 완화하되, 노동자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회적 필요를 고려한 중간 지대에서 지금 가능한 부분부터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전면 금지라는 표현은 왜곡이라며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이뤄지는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를 운영해 긴급 수요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지난 6일 연구 결과를 통해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을 모두 금지해 택배 주문이 40% 감소할 경우 전자상거래·소상공인·택배 산업 전반에 최대 54조 3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 중 전자상거래 부문 피해가 33조 2천억 원으로 가장 크고 소상공인 매출은 18조 3천억 원, 택배산업 손실은 2조 8천억 원으로 분석했다.

노동자의 회복권은 권고가 아니라 권리로 다뤄야 한다. 연속 야간근무는 2~3일 이내로 제한하고 월간 총량 상한을 두며, 교대는 주간, 저녁, 야간 순방향 회전을 기본으로 설계한다. 수면, 심혈관 위험에 초점을 맞춘 특수건강진단을 정례화하고, 배차 알고리즘에는 휴식, 파워냅, 교체 운행을 기본값으로 내장해 피로가 특정 인력에게 몰리지 않게 한다.

도시 인프라도 손봐야 한다. 동 단위 무인락커와 공동배송 허브를 촘촘히 확충해 문전 접근 빈도를 낮추고, 다세대 밀집 지역에는 시간대, 동선을 재설계해 정온 구간을 만든다. 이용 행태는 가격 신호로 분산하되, 돌봄, 고령, 장애 가구에는 바우처로 편익을 보전한다. 전환비용은 유예기간과 지원프로그램으로 흡수하되, 일정 시점 이후 미이행에는 과징과 운행 제한을 적용한다.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집행의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무엇보다 누가 결정하는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 사회적 대화 기구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 노동계는 물론 비노조 기사 대표, 소비자단체, 소상공인, 온라인쇼핑 업계, 지방정부가 모두 상설로 참여하는 다중 이해관계자 구조로 재설계하자. 의제마다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고, 야간 소음 민원, 기사당 연속 야간일수, 사고율, 가격 변동, 배출량 같은 성과지표를 공개해 합의의 선의가 결과로 이어지는지 상시 점검해야 한다. 회의실 문 앞에서 당사자를 내보내는 방식으로는 어떤 합의도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세계 주요 도시 어디에서도 실질적 전면 금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금지는 문제를 지하로 밀어 넣지만, 설계는 문제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통제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조용한 장비, 더 예측 가능한 근무, 더 공정한 대가, 더 책임 있는 소비, 이 네 가지가 채워질 때 새벽의 그림자는 줄고 도시의 품격은 높아진다. 새벽배송 논쟁은 한 집단의 승패를 가르는 투표가 아니다. 생활의 리듬과 도시의 질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 경쟁이다. 금지의 유혹을 넘어, 포용적 절차와 과학적 규범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대화가 사회라는 단어를 붙일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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